가스·난방公, 난방비 5000억 추가 부담할 듯

가격 급등 반영 안되고 지원 늘어
에너지 공기업 재무 부담만 커져
자구책 주문해 놓고 책임 넘긴 꼴
전문가 "요금 인상 없인 시장 왜곡"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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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올겨울 난방비 지원으로 약 5000억원을 추가 부담할 전망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에서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난방비 지원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위험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는 난방비 지원 논의가 정치권 중심으로 전개될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결국 국민이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7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최근 난방비 지원 대책으로 가스공사는 45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지역난방공사는 조만간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지역난방비 지원 대책으로 400억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할 전망이다. 두 공기업이 올 겨울철 난방비 지원대책으로 총 4900억을 부담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과 지난 1일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난방비 지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원책은 에너지 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가스요금 할인은 고스란히 가스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를 2배 인상하면서 사회적배려대상자에 대한 가스요금 지원액은 9000~3만6000원에서 2배 인상된 1만8000∼7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또 지난 1일에는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에게 기존 난방비 최대 지원 금액인 59만2000원까지 상향 지원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3월까지 추가 지원은 가스요금을 할인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6일 대책의 가스요금 할인에 1500억원, 지난 1일 대책에서 3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요금 할인에만 총 4500억원이 소요된다.

문제는 가스공사 재무구조가 이미 가파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의 매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으면 미수금으로 쌓아두고 이를 추후 요금 인상으로 보전받는다. 사실상 적자를 미수금으로 쌓아두는 형태다. 최근 연료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가스공사 미수금은 불어나고 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지난해 미수금은 9조원, 올해 3월까지 미수금은 1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가스공사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한 바 있다. 강도높은 자구책을 주문하면서 난방비 지원 부담은 가스공사에게 떠넘긴 셈이다.

정부는 지역난방 사용자에 대한 난방비 지원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난방 사용자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현금을 되돌려주는 '페이백' 방식으로 난방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지역난방 20만가구가 혜택을 볼 전망인데, 한난은 약 4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할 전망이다. 한난은 지난달 27일 정부의 '집단에너지업계 취약계층 지원 대책회의'에서 기초수급자·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자격별 요금 정액 지원을 위해 11억원을 추가 부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문제는 한난도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2779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난도 가스공사와 함께 재무위험기관으로 분류됐다.

에너지 전문가는 요금 인상이 전제되지 않는 에너지 보조금 지원은 시장 수요를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기관들이 보조금을 주면 적자가 쌓이고 이자까지 붙어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수요를 절감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면서 기관들이 적자를 보지 않게 해줘야 한다. (난방비는) 정치 이슈가 돼 포퓰리즘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