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이달 말 해제...국내 반도체 공급망 영향은

우회 수입 EUV 포토레지스트
불확실성 해소…비용 부담 덜어
소부장 국산화 동력 잃지 말아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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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르면 이달 말 반도체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EUV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하면서 국내 공급망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반도체 제조사는 일본산 소재 수입이 원활해져 공급망 안정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출규제로 촉발했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동력이 약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는 이번 수출규제 해제로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성으로 규제가 전격적으로 단행됐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수입선을 변경하고 공급처를 다각화하면서 차질없이 제품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부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출을 승인받기 위한 절차 문제는 물론 비용 상승도 적지 않았다. 일례로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감광액)의 경우 일본에서 수입하던 것을 벨기에로 전환했다. EUV 포토레지스트는 국산화가 안 돼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긴 우회로를 돌아 수입해야 했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불안 요소였다. 수출규제는 정치적 의도로 벌어졌지만 언제 다시, 또 대상 품목도 확대될지 모르는 불안을 안겼다.

경제계가 수출규제 해제를 반긴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에서 “정상회담에 맞춰 신속하게 추진된 수출규제 해제는 양국 기업 간 교류를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원천기술이나 노하우 등 일본이 강점인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양국 간 상호협력, 기술교류 등을 통해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규제 해제는 국내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경쟁 우위를 갖춘 일본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커질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에 따르면 불화수소 대일 수입 비중은 2018년 41.91%에서 작년 7.68%로 34.23%포인트(P) 축소됐다. 수입이 재개되면 일본 비중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또 그동안 정부와 산업계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UV PR와 같이 일본이 소·부·장 분야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품질이나 기술, 규모, 가격 등에서 취약한 한국 기업이 다시 소외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일본 수출규제는 국산화의 도화선이 돼 EUV 포토레지스트 경우 삼성전자와 동진쎄미켐이 연구개발(R&D) 해 일부 양산 라인에 적용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안정화 중요성을 절감한 만큼 국산화 동력 저하가 걱정할 정도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최소 두 개 이상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다수 공급망에 들어온 만큼 수출규제 해제 후의 일본 파급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일본 기업은 수출규제에 대응, 한국 내 생산 공장을 지었다. 후지필름, 스미토모화학, 도쿄오카공업 등이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본 수출규제가 해제되면 이런 움직임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日 수출규제 이달 말 해제...국내 반도체 공급망 영향은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