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계 노력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지난 몇 년 동안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다. 인류에게 유례없던 재앙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터널에 갇혀 있기만 하지는 않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 끝에 과학기술이 쏘아 올린 새로운 희망을 목도했고, 나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회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이 얼마나 주효했는지도 깨달았다.

특히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을 맞는 올해는 우수한 과학기술 연구 성과와 함께 경제와 사회로 선순환하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온 과학기술 클러스터가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클러스터로 도약하기 위해 비전을 선포하는 해이기도 하다.

대덕특구의 주요한 혁신 주체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해 온 국가 산업화와 경제발전 선도 역할에서 나아가 국민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행복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 연구개발(R&D) 생태계를 견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또한 출연연으로서 공공 R&D 생태계 활성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획기적인 데이터 중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9개 연구프로젝트는 KISTI가 보유한 데이터 역량과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지식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서 기획 및 추진하고 있는 '국가사회 현안 프로젝트'다.

이는 다만 한 기관 성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공공 R&D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마이데이터 기반의 시민 생활 복지 서비스 솔루션

데이터 시대가 도래하며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주도적이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마이데이터 활용 생태계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공공·복지 분야에서 발생하는 현안 해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출연연·공공기관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 노력이 요구된다. 이에 실증 사업을 통한 마이데이터 활용 확대와 관련 사업의 확장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를 위해서는 오픈뱅킹 및 마이데이터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을 활용한 마이데이터 수집·활용 전략 수립, 사업자 현황 조사, 연계 실행 계획, 플랫폼 활용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

KISTI는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운영·실증 확대' 연구로 새로운 공공 서비스를 발굴해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방침이다.

◇데이터과학을 통한 감염병 예측 및 방지

교통수단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물리적인 국경의 한계없이 감염병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광범위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질병 데이터를 확보·활용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KISTI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9개 출연연이 함께 발족한 미래 선도형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사업에서 확산방지팀 책임기관으로서 독창적인 AI 기술들을 개발했으며, 이들 기술은 코로나19 조기 대응을 위한 '과기정통부 코로나19 일일 보고'에 포함돼 국가적 재난극복에 기여했다.

이 밖에도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7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출자한 '범부처 방역 연계 감염병 R&D 사업(GFID)'과 미국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감염병 연구사업에도 참여해 명실상부한 감염병 확산예측 AI 연구 전초기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KISTI가 보유한 우수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에 어떠한 대유행병이 발생하더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혜롭게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농업 전 주기를 지원하는 데이터팜 연구

우리나라 농업은 농업 인구 고령화와 기후변화 등 위기로 소득 감소, 생산성 저하 등 문제에 직면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혁신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업계는 혁신 실마리를 '스마트 농업'에서 찾고 있으며, 데이터 농업 확산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KISTI는 '미래농업을 위한 데이터팜 연구'를 추진함으로써 농업의 디지털전환을 지원하고 미래농업을 이끌 데이터플랫폼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팜 복합환경재배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기능성 특용작물 적합 재배방식, 즉 최적의 성장 레시피 데이터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고품질 농업 데이터 수집·생성, 농업 레시피 데이터 표준화, 인공지능(AI) 어드바이저 개발 등을 통한 '스마트 농업 라이프 사이클 전 주기 지원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노력은 노동력 감소 대응과 우리나라 농업의 새로운 부흥에 기여할 것이다.

[ET시론]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계 노력

◇소리지능을 이용해 국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

소리지능 기술은 일상이나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AI 기술과 결합해 일상의 사고, 설비 고장이나 산업재해 위험 여부 등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소리 데이터는 영상 이미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집 비용이 저렴하고, 디지털화된 데이터는 언어 데이터와 다르게 국제적으로 바로 통용될 수 있어 향후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KISTI는 소리지능 구현을 위한 데이터플랫폼 연구를 통해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산업 안전 지원을 위한 '산업재해 예방 솔루션', 국민 안전 수호를 위한 '열차 사고 예지 정비 솔루션'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안전 분야의 디지털전환 기술 기반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데이터융합을 통한 침수피해 모니터링 및 대응 솔루션

매년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만 대응 체계에는 한계가 있다. 강우량이나 기상 정보 등 단편적인 데이터에만 의존하다 보니 위험을 능동적으로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우·하수도·지리·건물 등에 대한 디지털 데이터 융합 분석, 시뮬레이션 모델링, 서비스가 통합된 첨단 솔루션 개발이 필요하다.

KISTI는 '디지털 기술 기반 도시침수 솔루션 개발 및 적용'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솔루션은 데이터 표준화, 모델링, 지리정보체계(GIS) 분석 등을 통해 침수에 선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인명이나 경제적 피해를 줄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반의 행정 효율화를 통해 행정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

◇데이터 결합을 통한 증거 기반 국가 전략 수립 지원

최근 정부에서는 여러 국가기관의 주요 정책 데이터를 통합·공유, 데이터에 기반을 둔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을 비롯한 총 12개 기관이 '빅데이터 국회를 위한 다자간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 마음과 노력을 한데 모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KISTI는 '국가 전략·정책 빅데이터 플랫폼' 연구의 일환으로 12개 기관 데이터의 혁신적 활용 방안 도출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해 국가 전략·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이종 데이터 융합 분석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 선제 대응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가속되고 있다. 수시로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사전에 감지·대응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외 뉴스와 더불어 경제, 무역, 금융 데이터 수집·분석을 기반으로 원부자재 수급 전략, 주요 품목 기술 자립 방안 등이 수립돼야 한다.

이에 따라 KISTI는 '글로벌 공급망 종합상황판 구축 연구'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안하는 등 사회·경제적 혼란과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이는 국가 원부자재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더불어 국가의 선제적 위기 대응 능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데이터 기반 국방 무기체계 진단을 통해 국가 안보 체계 혁신

국방 무기체계 가용도와 신뢰성 향상을 목표로 정부(방위사업청) 재원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무기체계 상태기반정비(CBM+) 특화연구센터'가 설립됐다. 산·학·연 10개 기관이 참여하며, 2022년 12월부터 6년 동안 309억원의 투자가 집행된다.

무기체계 CBM+ 특화센터에서는 무기체계 CBM+ 데이터 수집 체계 및 진단예측 절차 확립을 위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수행될 예정이다.

특히 무기 체계별 주요 부품 센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군데이터와 연동해 고장 시점과 잔존수명을 예측하는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KISTI는 CBM+ 특화센터를 유치하고 군수 데이터 수집체계 구축, 기술 개발 및 검증, 생태계 조성 등을 선도한다. 또한 CBM+ 데이터 활용체계개발과 전문인력을 양성, AI 강군 실현과 국방 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데이터 중심 공공 안전분야 과학화를 통한 시민 안전망 확충

다중 밀집 사고, 테러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사회위험 요소가 다변화함에 따라 공공 안전망 확충을 통한 삶의 질 제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진보에 따라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회위험 요소를 기존 인력 중심의 사후 대응에서 AI, IoT 등을 활용한 사전 예방·대비로 국가안전관리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항이나 원전 시설 등 국가기반시설과 공공장소에 폐쇄회로(CC)TV, 이동형 로봇 등 다기종 기기를 활용해서 영상데이터를 수집-가공-관리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 장비에서 들어오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융합기술로 다중 인파 몰림 등 위험을 사전에 감지·방지할 수 있는 과학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KISTI는 지능형 공공안전 과학화 R&D 기획 및 국민 안전을 위한 글로벌 시큐리티 스탠더드 융합클러스터 구축으로 시민 안전사고 방지 및 국가자산 보안 강화에 힘쓰고, 나아가 관련 산업육성 및 수출 등 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KISTI는 데이터, 슈퍼컴퓨터, 첨단연구망 및 사이버보안, 데이터 분석 등 과학기술 지식 인프라를 구축·제공하면서 지난 60년 동안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 온 데이터 종합연구기관이다. 이런 견고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사회현안 프로젝트'는 출연연이자 과학기술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사로서 국가, 나아가 국제사회의 안전과 행복에 기여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시도다.

인류는 과거 궤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고, 과학기술을 통해 실현 가능한 도구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과정의 근간에는 바로 '데이터'가 있다. 즉, 데이터는 행복하고 안전한 미래사회를 열고 싶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는 KISTI'는 지속적으로 국가 차원의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 연구를 통해 국가와 국민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편 행복하고 안전한 미래를 여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jaesoo@kisti.re.kr

◇김재수 KISTI 원장은…

전자전산 공학 박사로, 30년 넘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지키고 있다. 특히 데이터,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활약했다. 2008년부터 9년 동안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사업단장직을 맡았고, 2018년부터 원장 취임 직전까지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장을 지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과학기술정책 전공 책임교수, 차세대 정보컴퓨팅기술개발 사업추진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빅데이터 민간 합동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도 있었다. 과학기술기관장협의회장, 한국융합학회 상임고문, 한국기술혁신학회장, 한국콘텐츠학회 부회장, 한국정보관리학회 부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등 이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