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워너비그룹에 대해 ‘불법 가상자산거래소’ 운영 의혹도 제기됐다. 투자자가 현금을 송금하면 ‘워너비포인트’ 충전이 이뤄지고, 충전된 포인트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가상자산(USDT)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를 활용하면 워너비그룹의 가상자산인 ‘이벤토코인’을 현금으로 바꿔 출금하는 것dl 가능하다. 중간에 USDT로 전환하는 과정이 포함됐을 뿐 실질적으로 현금으로 코인을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행 특금법은 이와 같은 미등록 현금-코인 매매 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사업을 하려면 금융당국에 원화마켓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수리를 해야 한다. 가상자산 매도나 매수, 이전 보관·관리 영업을 하는 자는 모두 신고 의무가 있다. 특히 현금 입출금을 통한 원화마켓 거래는 업비트를 포함한 5개 사업자만이 허용된다.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해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한 사업자만이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워너비그룹은 현금-코인의 직접 거래가 아니라 중간에 ‘포인트 전환’ 과정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편법으로 보고 있다.
워너비그룹은 대중매체를 활용해 빠르게 이름을 널리 알린 기업이다.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동영상 광고를 집행했고, 각종 광고를 통해 ‘연결은 힘이 세다’는 메시지를 반복 송출했다.
하지만 정작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대표 번호로 통화를 시도하자, 통화 연결음도 없이 “귀하의 전화를 연결할 수 없다”는 기계음만 흘러나왔다. 투자회원이 4만명에 달하고 매체 광고비에 수십억원을 썼다는데 정작 전화연결은 끊어놓은 것이다. 어렵게 전영철 워너비그룹 회장의 휴대전화 연락처를 구했으나 역시 전화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 회장은 취재에 응할 수 있는지 묻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다음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전영철 회장이 중앙회장으로 활동 중인 캥거루재단 사무실로 연락을 취했지만 역시 전 회장은 물론 해당 사업 담당자와도 통화할 수 없었다. 전화가 연결된 캥거루재단 담당자는 “교환소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마 법률 검토가 이미 이뤄졌을 것”이라면서 “다만 담당자의 연락처를 모르니 추후 전달하겠다”고 했다. ‘연결은 힘이 세다’는 회사 슬로건이 무색하기 그지없게도, 불법사업 의혹에 대해 해명할 채널 하나도 제대로 두고 있지 않은 셈이다.
그러면서도 회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모두 ‘안티’ 라는 것이 워너비그룹의 입장이다. 허위사실유포, 업무방해, 기업신용훼손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신청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워너비그룹의 주장들이 카카오톡 등 투자자 커뮤니티 내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점이다. ‘안티들의 음해’에 대해 공식 채널에서 당당하게 해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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