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라인 튼 美·中, 관계회복 물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뗐다. 수출 통제 등 일부 분야에서 시각차는 여전했지만 양국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소통을 재개하기로 했다. 2018년 이후 계속된 양국 갈등을 대화를 통해 완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등 핵심 품목 중심으로 미중 갈등의 여파를 받아 온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우선 군대군(軍對軍)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양국 고위급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방위정책조정 및 해상군사 등의 회의체도 복구한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반발하며 양국 간 대화·협력 채널이 단절된 지 1년3개월만이다. 양국은 또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제조 및 유통 근절을 위한 협력에 합의하고, 인공지능(AI) 위험성과 안전을 논의할 전문가 대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양 정상 간 '핫라인' 가동에 합의한 것은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전화기를 들고 서로 직접 통화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상 간 핫라인 가동을 토대로 인도태평양지역 정세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 정상은 오해와 오판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화답했다.

다만 첨단기술을 비롯한 미국의 중국 수출규제 갈등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시 주석은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출통제 등의 경제 제재 조치는 앞으로도 시행하겠다고 했다.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양국 간 경제 경쟁의 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중국이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외교적 업적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북한과 러시아가 긴밀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 견제를 위해 중국과 일정 부분 손을 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수출규제 등이 입장차가 여전한 것과 관련해 “핵심은 양안 관계인데, 조금씩 입장차를 좁히다보면 수출규제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진전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한일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에 대한 방어 공약을 시진핑 주석에게 강조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