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손보험 제도 개선 착수…의료계에 '합리적 대안' 요청

정부가 대형병원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진료지원간호사 2700명을 추가 투입한다. 의약품 처방 급여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외래 축소 여파에 따른 의약품 검사평가 문제를 보완하고, 의료체계 왜곡 핵심 요소로 꼽히는 실손보험 제도도 개선에 착수했다. 의정 갈등 핵심 의제인 '2000명 증원'에 대해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대화에 임하겠다고 또 한 번 의료계에 손을 내밀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일 브리핑을 통해 비상진료체계 점검과 인력 공백 완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8일부터 의료 현장 인력 공백을 줄이기 위해 진료지원 간호사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에서 약 9000명의 진료지원 간호사가 근무 중인데, 약 2700명을 추가로 충원한다. 개별 병원이 실시하는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 역시 이달 중순부터는 대한간호협회에 위탁한다.

요양기관 의약품 처방 급여요건 한시적 완화 계획도 논의했다. 현재 의약품 급여기준 상 장기적 복약관리가 필요한 일부 의약품은 일정 기간마다 검사평가를 거쳐야 재처방이 가능하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약품 재처방 검사평가가 어려워지면서 의약품 처방 급여요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9일부터는 지속 투약 중인 의약품의 처방은 검사평가가 어려울 경우 의사의 의료적 판단 하에 검사를 생략하고 재처방 가능하다. 다만 검사 평가 없이 처방 가능한 기간을 1회 30일 이내로 규정하되, 의사 판단에 따라 처방일수를 연장할 수 있다.

국민 의료비 증가와 의료체계 왜곡 원인으로 꼽히는 실손보험 제도도 손본다.

관계부처간 협력을 통해 공·사보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선 추진이 핵심이다. 또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해 불필요한 비급여는 줄이고, 필수의료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계기관과 적극적인 정보 공유로 실손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 조사도 강화한다. 15일부터 의원급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보고제도를 시행, 기존 보고항목을 594개에서 1068개로 늘려 상세히 공개할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실손보험 제도는 본인부담액이 거의 없는 구 실손보험 상품 구조 문제와 비용 의식 저하에 따른 비급여 양산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정부는 왜곡된 의료시장을 정상화하고 불필요한 의료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을 적극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가 병원을 비운 지 8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는 의사단체와 조속한 대화를 재차 요청했다. 의정 갈등 뿌리와 같은 '2000명 증원'을 넘어 합리적인 대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임할 자세가 됐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며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