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대해 판매장려금 및 거래조건 답합 의혹 관련 두차례 전원회의 심결을 거친 뒤 최종 제재 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법·행정적 논란이 올해 1분기 최악의 과징금 폭탄으로 날아들지 않을까 통신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가능금액이다. 3사 합계액이 무려 5조50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상 수치이긴 하지만, 이는 지난 2023년 결산기준 이통3사의 영업이익 합계 4조 4010억원 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아직 최종 결산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이통사 영업환경은 더 안좋아져 에프앤가이드 기준 이통3사 영업이익 합계는 3조8439억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 보다는 43%를 웃도는 금액이다.
업계가 연간 실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보다 훨씬 더 많은 과징금을 두드려 맞으려면 그에 부합하는 이익편취가 있음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통사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및 번호이동 상황반 운영이 담합이라고 판별했지만, 이통사는 오히려 소비자 차별 금지를 명시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준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각자의 시각에서 보면 다툼의 여지가 큰 것이다.
아무리 경쟁당국의 조치라 할 지라도 현행 법이나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정합성을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이지만 단통법이 엄연히 현행법인 만큼, 이를 기준 삼아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이통사가 단통법을 준수했다는 의견서를 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인공지능(AI) 육성 등 국가 전략분야 투자 위축 우려를 담아 제재 반대의견서를 공정위에 전달했다. 행정상 기준이나 적법성이 흔들림 없어야 기업 활동의 예측성이 높아진다.
공정위가 추상 같은 시장질서를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제재가 '만능의 칼'처럼 쓰여선 곤란하다. 특히 올해 국내 경기는 기업이나 소비자, 가릴 것 없이 꽁꽁 얼어붙은 동토의 환경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면 행정 제재에 있어 현실성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물론, 공정위가 신중의 신중을 기할 것으로 믿는다. 그에 더해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해 있는 복합위기 속에 내몰린 기업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품 넓은 시각이 중요할 것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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