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수수료 인하·소비부진 속 꿈틀대는 카드업계 지형도

[이슈플러스]수수료 인하·소비부진 속 꿈틀대는 카드업계 지형도

카드업계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수년간 큰 변동이 없었던 신용카드 시장에서 현대카드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신한카드를 제치고 신용판매액 기준 1위를 달성하면서다. 핀테크·빅테크와의 결제 부문에서 경쟁, 정부 가맹점 수수료 규제 등으로 카드사 신용판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상위권 카드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신용판매액 1위 올라선 현대카드…애플페이·PLCC, 구매전용카드 급증

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카드사 및 겸영은행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979조9751억원으로 전년말 924조2946억원 대비 약 55조원 가량이 증가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모두 더한 규모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신용판매액은 같은 기간 831조원에서 884조원으로 43조원 상당이 늘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신용판매액을 늘렸다. 현대카드 신용판매액은 지난해 16조1115억원 상당이 증가했다. 지난해 카드업계 전체 신용판매액 증가분의 약 3분의 1 가량을 현대카드가 차지한 셈이다.

그 결과 현대카드 신용판매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신용판매액은 166조2688억원으로 신한카드 166조34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현대카드 신용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개인회원의 일시불 결제액이 크게 증가해서다. 현대카드 개인회원의 국내 일시불 결제액은 2023년 95조313억원에서 지난해 105조1652억 원으로 약 10.7%가 증가했다.

해외결제도 크게 늘었다. 현대카드 개인회원의 해외 일시불 결제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35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32.6% 증가했다. 애플페이를 필두로 개인회원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대한항공 PLCC 상품과 아멕스 등 여행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 라인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법인의 구매전용카드가 늘어난 영향도 크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법인 구매전용카드 결제액은 일시불 기준으로 49조8980억원이 늘었다. 신용카드 시장 전체 법인 구매전용카드 일시불 결제액의 40% 이상은 현대카드가 차지하고 있다.

법인 구매전용카드의 가파른 증가세는 여타 카드사가 현대카드의 가파른 외형 성장을 평가 절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인 구매전용카드는 기업이 물품을 구매할 때 사용하는 신용카드다. 어음과 유사한 용도로 쓰이는 만큼 카드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카드업계 중론이다.

실제 현대카드의 법인 구매전용카드 결제액을 제외할 경우 현대카드의 신용판매액 규모는 신한카드에 비해 약 10조원 넘게 뒤처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신용판매액을 크게 늘려 업계 선두로 올라선 것은 사실이지만 구매전용카드의 비중이나 실제 수익성이나 외형적 요건에서는 여전히 신한카드나 삼성카드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외형 성장 및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우량 회원 위주의 성장 및 건전성 중심의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 고조 속 '외형성장보다 내실다지기 우선'

주요 카드사의 순이익과 세전이익을 봐도 이런 추세는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카드업계 순이익 1위는 신한카드, 세전이익 1위는 삼성카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5510억원, 세전이익은 711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도 각각 5291억원, 7118억원의 당기순이익과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카드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2378억원, 세전이익은 3011억원으로 두 회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상위권 카드사의 재무성과가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지만 업계 선두를 둘러싼 신경전은 외려 더 거세다. 현대카드의 신용판매액 증가 추이에 대해 여타 업체는 실질 성과가 수반되지 않는 외형 성장이라 평가 절하하고 있지만, 애플페이를 필두로 한 개인고객 증가세를 결코 무시할 수 없어서다.

현대카드가 최근 수년간 삼성카드를 대신해 코스트코 PLCC카드를 확보하고, 국내 카드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가 뒤늦게나마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 역시 현대카드의 외형 성장을 마냥 두고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2년 금융당국이 실시한 신용카드 경쟁도평가 당시만 해도 현대카드가 3~4위권에 머물러 경쟁했다면 이제는 상위권 카드사 전반에 위협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부터 경기 침체까지 카드업권에 부정적 업황이 예고되는 지금이 시장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날 수 있는 시기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부정적 업황이 예상되는 올해 이후 얼마나 내실있는 성장을 가져가느냐가 향후 카드업계 선두를 수성할 수 있는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2022년 이후부터 이어진 업계의 건전성 저하로 인한 대손비용 증가는 물론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에 따른 연체율 증가세 등이 업계의 성장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파다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핀테크 및 빅테크 업체가 간편결제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업카드사의 영역을 완전히 침범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금융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수록 카드사의 영역이 점차 좁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지금이 카드사가 미래를 모색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