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경의 SF 프로토타이핑] 모두가 함께 만드는 미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4/02/news-p.v1.20250402.e07fb595bc47425d9058a31f8094c1c4_P1.png)
기술은 언제나 미래를 꿈꾸는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SF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매체에서 SF가 새로운 문화적 돌파구를 열었지만, 동시에 경제 불황과 출판 시장의 위축은 신인 작가들에게 가혹한 현실을 안겨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씨앗은 곳곳에서 싹트고 있다. SF 웹툰과 웹소설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창작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으며, AI, 블록체인, 가상현실과 같은 첨단 기술들의 발달은 끝없는 상상의 문을 우리 앞에 펼쳐놓고 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SF의 사회적 상상력이 얼마나 흥미롭고 강력한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봉 감독은 인간이 기술 속에서 소외되는 차가운 미래를 독특하고 날카롭게 그려내면서,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SF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기술과 인간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장르이다. SF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성과 포용성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기술과 인간의 공존, 윤리적 딜레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모든 것들이 일부 전업 작가의 전유물이 아닌 다양한 배경과 감성을 가진 이들이 함께 만들어갈 때 더욱 빛난다.
최근 진행된 『길 위의 인문학 프로젝트』는 이러한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도서관협회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 프로젝트는 신인 작가들에게 기후 위기, 인공지능, 가상현실 속 윤리적 갈등 등 현대 사회의 핵심 이슈들을 SF적 상상력으로 탐구할 기회를 제공했다. 12주간의 노력 끝에 [SF공작소]라는 14편의 SF 단편소설이 담긴 전자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글들],[퓨쳐리안],[거울],[브릿G] 등의 웹진들도 SF아이디어들을 적극 모집하고 확산한다.
다양성을 강조한 또 다른 의미 있는 사례로는 2023년 KBS 다큐 인사이트에 방송된 [매니페스토, 네오픽션 2023] 공동창작집이다. '챗GPT 소설쓰기 프로젝트'로서 북한이탈주민, 변호사, 가정주부, 과학자, 스포츠인 등 다양한 배경의 참가자들을 섭외해서 인공지능 시대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예술적으로 펼쳐 보였다. SF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귀중한 메시지를 보여준 예시이다. 즉, 함께 만드는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필자소개/ 윤여경
문화기획자이자 비영리 문학단체 퓨쳐리안 대표, SF 스토리텔러. 지난 4년 동안 30여 명의 일반인들(소설가 지망생 및 과학자, 북한이탈주민)을 출판 데뷔 기획했다. 이들 중 많은 데뷔 작품이 문학상 수상이나 문화유공자, 문학 나눔 선정으로 연결됐다. 2017년 '세 개의 시간'으로 제3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제6회 CISFC 과학소설 국제교류 공로 훈장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응급실 로봇 닥터', SF 앤솔러지 '매니페스토' 등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예술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작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