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시동] 승부 가를 변수는…'중도 표심·개헌·단일화'

#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조기대선 시계는 지체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60일이라는 짧은 일정 속에서 치러지는 대선인만큼 정국은 이미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시간은 짧고, 변수는 많다. 중도 민심의 향배, 개헌 논의 그리고 단일화 가능성 등 예측 불가능한 '역대급 대선'이 펼쳐질 조짐이다. 단 한 번의 사건, 단 한 차례의 선택이 대선 판 전체를 흔들 수 있는 국면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재편을 넘어, 향후 대한민국 정치 구조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선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6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아름다운 선거'라고 적힌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선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6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아름다운 선거'라고 적힌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중도층 민심이 판세 가른다…'정권교체론' vs '李 비호감론'

이번 대선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중도층의 선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중도층의 62%가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정권 연장'을 원하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여론 흐름만 놓고 보면 민주당에 유리한 지형이다.

그러나 그 수혜가 곧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향할지는 미지수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중도 유권자 10명 중 4명만이 지지한다는 뜻으로 “국민의힘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대표는 최근 “우리 당이 중도·보수 포지션도 맡아야 한다”며 전략적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도 처음 참석했고, 안보 이슈에 대한 메시지도 연이어 내고 있다. 이는 보수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정선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 정국에서 강경 보수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중도층 이탈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당내에선 '비윤계' 인사 중심의 경선 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중도 확장성을 가진 후보군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친윤 후보가 공천을 받을 경우 중도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중도층은 '캐스팅보터'를 넘어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들의 민심은 개헌 논의, 사법리스크, 단일화 구도 등과 맞물려 시시각각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중도 민심을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임기단축형 개헌 카드, 변수로 작용할까

또 하나의 변수는 개헌 카드이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 개헌론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파급력은 약한 모습이다.

대통령제 개편을 중심으로 한 개헌 요구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반에서 힘을 얻고 있으며,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라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는 아직 개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개헌 수용 입장을 밝힌다면, 중도층과 비명계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거대 야당 대표가 당선될 경우 '권력 독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상징적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 청년, 단일화, 특검 정국…'막판 드라마' 좌우할 변수들

가장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청년층의 변화다. 계엄령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20대는 '정치 무관심층'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적극적인 정치 주체로 부상했다. 20대 여성은 응원봉을 들고 탄핵 촉구 집회에 나섰고, 반대로 20대 남성은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동일 연령대 내에서도 극명히 엇갈린 정치 참여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도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의원은 “끝까지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론 흐름이나 정당 간 협상에 따라 단일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보수 진영 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표 분산은 불가피하며, 이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이 대표 역시 조국혁신당, 비명계와의 연대 구상에서 완전한 컨센서스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야권 통합 방식에 대한 이견이 남아 있는 가운데, 단일화 실패 시 진보·중도 표가 분산될 수 있다.

여기에 명태균 특검법, 내란 특검법 등 '정치적 후속전'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기 대선과 맞물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다시금 탄핵 정국의 연장선에 놓이게 된다. 특검 정국은 보수측 대선 주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