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난 尹 정부 3년은 반동의 시간…12·3 비상계엄이 퇴행의 결정판”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우원식 국회의장과 참석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우원식 국회의장과 참석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화·경제·민생·민주주의 등의 분야에서 지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진단한 뒤 새 정부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고 더욱 유능하게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2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3년은 그야말로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멈춰서고 뒷걸음질 쳤다”며 “국격은 무너져 내렸고 국민의 삶은 힘겨워졌다.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라고 진단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지난 3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에 민생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의 늪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부터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수출실적은 19.2% 증가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부터 2024년 사이에는 증가율 제로를 기록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생경제의 지표인 내수 소비는 더욱 침체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작년 말까지 소비지수가 역대 최장기간인 11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면서 “노동자 실질임금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해마다 감소했고 체불임금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제조업 취업자 수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적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토록 경제가 어려운 데도 국가재정은 제 역할을 못 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회피했고 오히려 막대한 세수 결손을 초래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56조원, 31조원의 세수 결손에 이어, 2027년까지 60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나라 곳간이 비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서민들의 민생과 복지를 위한 정부 역할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패와 무책임한 부자 감세에 기인한 것으로, 세수 기반이 허물어지고 우리 경제의 대응력을 약화시킨 후과를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떠안게 됐다”며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를 지탱해내 OECD 주요국 가운데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전임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비난하면서 거꾸로 간 결과”라고 부연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역시 지난 3년간 크게 후퇴하였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6위까지 상승했던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점수, 최저 순위를 기록했고,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했다”고 했다.

또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 등급을 강등하며, 한국을 '독재화가 진행 중인 45개 국가' 중 하나로 분류했고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하여 세계 62위로 떨어졌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남북 평화도 퇴행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는 지난 3년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대 정부의 성과와 노력은 송두리째 부정됐다. 모든 대화는 단절되었고, 평화의 안전핀이었던 9.19 군사합의마저 파기됐다”면서 “급기야는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위한 위기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수사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부가 계승해 온 균형 외교를 파기하고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편협한 진영 외교에만 치중했다. 그 결과 주변국의 반발을 키우며 국익은 훼손되었고, 평화와 번영의 땅이 되어야 할 한반도는 신냉전 대결의 최전선이 됐다”며 “이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망쳐놓은 외교를 다시 정상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모든 분야에 걸친 총체적인 국정 파탄은 대통령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님을 보여준다. 집권 세력의 낡은 이념과 낡은 세계관, 낡은 안보관과 낡은 경제관이 거듭해서 총체적인 국정 실패를 초래해왔다는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12·3 비상계엄으로 민주주의와 경제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수십 년 전 군부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어둠의 역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세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심하면 언제든지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늘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있어야 역사의 반동을 막고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은 새삼 절감하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반헌법적 비상계엄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매우 깊다. 무엇보다도 가짜뉴스와 그릇된 신념과 망상에 기초한 증오와 혐오, 극단의 정치가 국민통합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서 “비정상과 몰상식이 판을 치며 민주주의를 근본에서부터 흔들고 있는 현실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통합과 상생, 연대와 협치의 정치도 이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상계엄이 남긴 경제적 손실 또한 엄청나다. 한국은행은 국내총생산이 6조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추산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두 달 만에 자영업자 수가 20만 명이나 감소하는 등 민생경제에 준 악영향은 더욱 크다”고 했다. 더불어 “그나마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평화적으로 사태를 종식한 것이 환율과 주식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고 대외신인도의 추락을 막을 수 있었다”며 국회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후 “비상계엄은 국가 리더십 공백을 자초했다. 격변하는 국제질서와 격화되는 글로벌 통상전쟁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국가적 손실을 지금 우리는 겪고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통해 퇴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것이 민주당 정부의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역대 민주당 정부는 역대 보수정권이 남긴 퇴행과 무능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다시 전진시켜내는 것이 운명처럼 됐다”며 “국민이 선택하게 될 새 정부가 국민과 함께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고 더욱 유능하게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퇴행과 전진을 반복해 온 역사도 이제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평화를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맬 시간이 찾아왔다. 국민과 함께 역사의 퇴행을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며 “민주주의를 지킨 힘으로 더 굳건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경제와 민생이 다시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 뜨거운 민주주의 열정이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모여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