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을 앞두고 김문수 당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단일화 절차를 본격화했다. 김 후보가 지도부의 로드맵에 공개 반발하며 불참을 선언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는 예정대로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부터 당 주도의 단일화 과정이 시작된다”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후 6시 예정됐던 김-한 후보 간 양자 토론회는 김 후보의 불참으로 취소됐지만, 오후 7시부터 9일 오후 4시까지 일반국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결과는 각각 50%씩 반영된다.
당은 단일화 시점을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으로 못 박았다. 이헌승 전국위원회 의장 명의로 '최종 후보자 지명'을 위한 전국위원회도 11일 소집될 예정이다. 권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최종후보를 확정해야 기호 2번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문수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의 단일화 시도는 강압적 후보교체이며, 저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당헌 제74조에 따른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고 선언하며, “오는 16일까지 선거운동과 방송토론, 여론조사를 거쳐 시너지 있는 단일화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당이 주도한 단일화 절차에는 불참을 선언했다.
김 후보의 반발에 지도부는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응수했다. 권 위원장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많은 당원들이 의아해하고 있다”며 “김 후보의 기자회견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했다”며 “그동안 민주화 투사로 알았던 김 후보의 모습과는 달랐다”고 직격했다.
당은 김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언급하며 단일화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비대위의 통상적 결정은 후보가 뒤집을 수 없다”며 “후보가 '내가 당이다'라고 주장하는 건 잘못된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한덕수 후보 측은 김 후보의 새로운 단일화 제안에 대해 “사실상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정현 대변인은 “단일화는 이번 주에 해야 의미가 있다”며 “우리는 11일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