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 홍준표·한동훈·이준석 모두 전략적 선긋기…김문수, '깊어지는 고민'

21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경기 고양시 MBN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1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경기 고양시 MBN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가 대선을 불과 2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원팀'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당내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당을 위한 지원 유세를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김 후보와의 직접적 동행은 피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지지 의사는 밝혔지만 선대위 합류는 끝내 거부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여전히 단일화 제안에 선을 긋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측은 범보수 진영 통합을 목표로 '빅텐트'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각 진영 움직임은 제각각이다.

김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을 방문해 청년 농업인들과 모내기 작업을 한 뒤 이준석 후보와의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반국민경선 100%를 통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겠다”며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이 후보가 좋아하는 방법을 많이 배려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날도 “구태처럼 보일 수 있어 단일화는 전혀 생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준표 전 시장은 미국 하와이에 머물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지만, 선대위 합류는 거절했다. 국민의힘이 특사단을 파견해 설득에 나섰지만, 홍 전 시장은 이날 SNS를 통해 “선거 후 돌아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을 계기로 전날부터 공식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김 후보 일정과는 조율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부산 광안리를 시작으로 대구 서문시장, 청주·원주 등 전국 주요 시장을 도는 일정을 소화 중이다. 현장에서는 '김문수'보다는 '한동훈'을 연호하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로 분리된 메시지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당권 행보를 염두에 둔 독자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우리 후보의 입장도 고려해서 함께 가야하는 것 아니냐”며 “홀로 자기 정치만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중앙선대위는 김 후보가 미디어 메시지에 집중하고, 지역 선대위원장들이 권역별 현장 유세에 주력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전환했다. 수도권은 후보 직속으로 집중 공략하고, 광주·전남 등 호남 지역은 이정현 선대위원장이 상주하며 표심 확보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개 행보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해 파면 이후 첫 외부 일정을 가졌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1호 선거운동원인가”라는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김 후보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 선관위가 해명해야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만 언급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문화광장 앞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문화광장 앞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한편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내부 결속이 선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 반전 계기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