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게임을 보는 대선 후보의 시선... 산업인가, 중독인가

주요 대선 후보 게임 관련 어젠다 항목별 비교
주요 대선 후보 게임 관련 어젠다 항목별 비교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여가를 넘어 경제, 기술, 문화, 복지 영역을 아우르는 복합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을까.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각 캠프의 정책 방향은 차기 정부에서 게임 생태계와 산업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준석 후보는 게임기자단 공동 질의서에 유일하게 회신했으며,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정책 제안 행사로 입장을 대신했다. 김문수 후보는 별도 회신이 없어 공약집 내용을 참고했다. 이를 토대로 각 후보의 정책 기조와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항목별로 심층 분석했다.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논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지 의학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사회적 입장의 반영이다. 게임 산업계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ICD-11) 국내 도입 문제를 산업의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한다. 사회적으로도 게임 이용자에 대한 부정적 낙인효과가 우려되는 만큼 과학적이고 개관적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게임을 약물 중독처럼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또한 정책 제안을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은 '객관적 근거가 확보되기 전까지는 유보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현상 자체는 문제로 보되, 이를 단순히 의료화하는 대신 비의료적 대안 모델을 병행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층적이고 절차적 접근을 강조하는 셈이다.

이준석 후보는 명확한 반대다. WHO의 게임 이용장애 코드를 '창의 산업에 대한 낙인'이라고 규정하며 '디지털 마녀사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게임은 중독의 원인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과 창작, 수출 산업의 동력이라는 시각이다. 질병코드 도입은 기술과 예술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별도의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의힘 공약집에서는 '아동 청소년기의 사행성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중독 예방·치료 대상'으로 묶어 제시했다. '사행성' 게임으로 한정하기는 했으나, 2013년 국가가 관리해야 할 4대 중독 물질이나 행위에 알코올과 도박, 마약에 이어 게임을 추가해 큰 논란이 됐던 '4대 중독법'이 연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능성 게임을 활용한 중독 치료를 장려하겠다는 기조지만,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착화할 수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 2024 행사장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 2024 행사장

◇게임산업 거버넌스, 전담 기관 설립 추진

게임 정책의 구조적 기반이 되는 거버넌스 개편은 산업 전체의 실행력을 가른다.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모두 게임 산업 전담 기관이나 조직 설립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재명 후보는 SNS에 공개한 정책 카드 뉴스를 통해 등급분류 제도 전면 개선을 내세웠다. 검열이 아닌 정보제공에 무게 중심을 두며 공정하고 투명한 심의 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불투명한 사전 심의는 배제하고 새로운 게임전담조직은 사후관리 기능(사행성 게임 제외)에 집중, 민간 자율 심의를 도입할 계획이다. 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필요시 통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게임과 e스포츠를 아우르는 별도 진흥원 설립 구상까지 제시한다. 중복 규제와 조직 비효율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김문수 후보 역시 규제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등급제의 완전 민간 자율화가 공약에 포함됐다. 이준석 후보는 문체부 내 게임산업 전담 조직을 독립 강화하고, 특히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정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법제도를 따르지 않고 '먹튀' 피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해외 게임사의 규제 회피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다.

주요 대선 후보 게임 관련 아젠다 항목별 비교
주요 대선 후보 게임 관련 아젠다 항목별 비교

◇세재 지원과 글로벌 진출

게임은 한국 콘텐츠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영상 콘텐츠 등과 달리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게임 산업도 전략산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준석 후보는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 구조적 접근을 시도했다. 단지 개발비만이 아니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인증, 서버비, 로컬라이징 등 간접 비용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국책은행의 신용보증, 이자보전 등 금융정책까지 연결한 점이 주목된다.

글로벌 진출 관련해서도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중국 의존을 탈피하고, 북미·유럽 중심의 콘솔 및 멀티플랫폼 콘텐츠로 이동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K-콘텐츠의 수출 모델 다변화'로 규정하며, 블록체인 콘텐츠 수출 특구, 한류 IP 융합 플랫폼 구축 등의 실행안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정책 공약을 통해 기능성 게임 개발을 비롯한 신성장 분야 활성화를 내세웠다. 게임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와 더불어 모태펀드 내 게임 계정 도입으로 유망 신생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는 문화비 소득공제에 게임을 포함시키고, 게임 제작비를 영상 콘텐츠처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이재명 후보에 제안했다. 지역 기반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예산 집행까지 고려했다.

해외 게임 시장에 대해서는 수출 전 과정을 단계화하고 국가별 전략을 도입하겠다는 구체적 접근을 내놓았다. EU 플랫폼 수수료 구조 개편, 이스포츠 종목 채택 지원 등 외교 및 문화정책과 연계된 전략도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과 이용자 보호

“국내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해 이용자를 기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재명 후보는 광주 조선대 내 광주e스포츠경기장에서 진행한 e스포츠 산업 현장 간담회 행사 말미에 국내 게임사 관계자를 바라 보며 이같이 말했다. 게임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해 이용자 보호 중심의 실효적 접근을 취한다. 확률 공개는 물론, 불법 프로그램 차단, 계정 제한 기준 정비까지 포함해 게임 내 소비 환경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준석 후보는 형평성에 주목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질의에 대해서도 “왜 국내 게임사만 규제를 받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해외 게임사에도 동일한 공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플랫폼 입점 조건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스포츠 정책… 인프라·은퇴 선수·청년 일자리까지

e스포츠 역시 성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각 후보별 관점 차이가 엿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문화 산업'으로, 이준석 후보는 '청년 산업'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젊은층이 즐기는 대중적 여가이자 새로운 일자리로서 긍정적인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 e스포츠' 개념을 강조한 이재명 후보는 콘텐츠 개발부터 시설 이용, 선수 양성 등 잠재적 시장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장 인프라를 넘어 청소년 리그, 은퇴 선수 지원, 콘텐츠 창작 등 생애주기별 정책도 돋보인다. e스포츠를 청년 고용과 지역 균형 발전의 접점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준석 후보는 e스포츠를 경기장과 리그제도 개선은 물론, e스포츠 콘텐츠 제작자, 운영자, 교육자 등 다층적 직군 양성까지 시야에 넣었다. 지역 문화산업단지와 연계한 복합시설 구상은 실효적 활용까지 고려한 접근이다.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 찬반 확연

'플레이투언(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즐기며 돈을 벌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행성 문제 등으로 인해 서비스가 금지돼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추세에 맞춰 국내 게임사들도 웹3 영역에서 다양한 게임과 플랫폼을 개발해 해외에서만 선보이는 처지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시점에서 P2E에 대한 반대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21년 이재명 후보가 P2E 게임에 대해 다소 긍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상반되는 변화로, P2E 게임의 사행성 우려와 게임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후보는 가장 전향적이다.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규정했다. 사행성이 아닌, 창작과 생태계 기여에 기반한 보상 구조를 갖춘 P2E 모델은 합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자산과 게임법 사이의 불명확한 법제 구조 역시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임을 보는 세 가지 철학

게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는 기술·문화의 교차점에 서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가의 시선과 정책은 사회 문화 수준과 산업 전략을 반영한다. 단순한 진흥과 규제를 넘어, 게임을 대하는 국가 철학의 차이를 이번 대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선 이후 게임 정책의 방향에 따라 게임은 '사회적 가치와 문화로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제도 개선의 기회가 될 수도, '창의 산업과 수출 전략' 중심의 성장 동력이 될 수도, 혹은 여전히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머무를 수도 있다.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