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배달도 차이나머니…중국 자본 공습 본격화

[이슈플러스]배달도 차이나머니…중국 자본 공습 본격화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 분야에도 중국 자본(차이나머니)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알리·테무 등 중국 제조산업을 등에 업은 이커머스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패션 플랫폼, 배달 산업으로도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차이나머니는 우리나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직접 투자, 플랫폼 진출, 기업 인수 혹은 자회사 설립 등 다양한 형태로 침투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외국 자본 유입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와 경제 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헝그리판다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하면서 어번 서비스에 기반한 플랫폼 분야에서도 중국 자본의 공습이 현실화되고 있다. 배달 플랫폼 분야에서는 불법 무비자 라이더 문제까지 낳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차이나머니, 배달 정조준

헝그리판다는 2017년 중국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에릭 류 대표가 설립한 배달 플랫폼이다. 표면적으로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이지만 설립자와 투자자, 경영진 등이 모두 중국계여서 중국 자본으로 분류된다.

초저가 마케팅과 비공식 고용 구조 등으로 세계 각지에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21년 호주 등지에서는 배달 라이더들의 기본 배달료를 일방적으로 인하하고, 비현실적인 보너스 조건을 내걸었으며 집단 해고를 집행해 노동자들의 장기간 시위가 발생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헝그리판다코리아 법인 설립은 2021년이다. 그간 한국 내 중화권 고객과 라이더를 대상으로 사업을 벌여왔으나 최근에는 라이더를 모집한다는 글을 내걸고 국내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라이더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한국에서 기존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에 지급하는 배달료보다 더 높은 수준의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 연착륙을 위한 라이더 확보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프로모션은 사업 초기에만 한시적으로 제공되고 이들이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는 배달 단가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들은 또 내국인 라이더뿐만 아니라 외국인 라이더까지 흡수 중이다. 다만 무비자(불법체류자) 라이더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열어둬 논란이 일었다. 불법 외국인 라이더 문제는 단순히 불법 취업의 문제가 아니라, 교통 안전, 피해 보상, 업계 질서 혼란, 서비스 품질 저하, 국내 일자리 잠식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교현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은 “외국인 라이더는 하청사 사업주가 명의 도용을 통해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수수료를 더 부과해 결과적으로 더 낮은 단가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배달 단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 발생 시 보험 가입이 본인 명의로 돼 있지 않아 상대방에 대한 피해 보상이 되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속의 어려움과 제도 미비가 문제를 고착화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를 직고용하지 않는 이상 라이더의 신분 위조 여부를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아울러 외국인 고용에 대한 처벌 규정 또한 근로자성이 인정될 때 적용되지만 국내 배달 플랫폼은 라이더를 대부분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한다. 이 경우 현행법상 불법 고용에 대한 법적 조치가 제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배달은 외국인 라이더가 수행하더라도 회원가입은 내국인 명의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미자격자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 이를 방조한 플랫폼사, 배달대행사에게도 책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배송원 자격제 시행, 미자격 배송원에게 업무를 위탁한 플랫폼에 대한 법적 조치 등을 꼽았다.



◇초저가부터 물류까지…중국 자본 전선 확장

알리바바그룹은 2018년 알리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최근 기업간거래·기업소비자간거래(B2B·B2C) 영역 가리지 않고 한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향후 3년간 한국에 11억 달러(약 1조46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테무는 2024년 초부터 공식적으로 한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확대 중이다.

이들은 국내 이커머스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초저가전략을 취한다. 대규모 할인쿠폰, 무료배송, 무료반품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 유입을 극대화하는 중이다.

빠른 현지화도 매섭다. 테무는 진출 2년이 채 안 돼 국내 대형 물류센터를 직접 임차하고, 한국 판매자 모집, 현지 채용 등 '속도전'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신세계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며, 기존 국내 플랫폼과 직접 경쟁 중이다.

패션 플랫폼을 향한 중국 자본의 투자와 영향력 확대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안타스포츠는 올해 1월 무신사 구주를 대규모로 매입했다. 합작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2월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차이나 머니는 초저가, 빠른 배송, 현지화, 공격적 투자 등 다방면에서 국내 시장에 강력한 충격을 주는 중이다. 다만 중국 자본의 침투가 불러올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온라인 시장에서는 저가 시장 플레이어가 별로 없었기에 시장 전선이 온라인으로 확대될 것 같다”며 “중국의 경우 플레이어 수가 많다 보니 시장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고 한국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알리나 테무가 우리에게 줬던 경험에 비춰본다면 중국 자본의 공습은 한국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타다 사태 이후 모빌리티 등 스타트업에 투자가 주춤해 토종 플랫폼의 체력이 허약한 가운데 중국 자본은 엄청난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