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박건영의 원포인트 입시②학점제가 급격히 바꿔놓을 미래

박건영 이투스에듀 센터장.(사진=이투스에듀)
박건영 이투스에듀 센터장.(사진=이투스에듀)

“아직 초등학생인데 벌써 입시를 준비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주요 대상이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고교 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며, 대학 입시의 기준도 크게 달라진다. 과거처럼 내신이나 수능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아이의 적성과 기질에 맞춘 고등학교 및 계열 선택이 대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대입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로보다 중요한 ‘계열 설정’, 고교 진학 전 꼭 점검

과거에는 수시가 중요해서 학생들이 조기에 진로를 결정해야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문·이과 성향도 모호하고, 직업 이해도도 부족해 대학 전공을 미리 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워했다. 획일화된 교육과정 속에서 개별 진로에 맞춘 대입 설계는 어려웠다. 그러나 고교학점제는 과목 선택의 세분화와 다양화를 통해 '개별화된 입시'를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의 진로가 갑자기 명확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학생 자신이 인문·사회/상경/교육/자연·생활과학/공학/의료·보건/예체능 계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실제 학생의 계열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연·생활 과학 계열이라면 '물리·화학·생명과학Ⅰ'을 듣는 것이 유리하며, 공대나 의대 진학 시에는 미적분Ⅱ, 물리Ⅱ 같은 심화 과목 이수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기도 한다. 대학은 학생이 “어떤 과목을 왜 선택했고,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성장을 했는지'를 보는 정성 평가(학생부종합전형)를 더욱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기에 세부 진로를 선택하라는 것은 오해며, 초등학교 때부터 흥미와 강점을 중심으로 계열 기반의 탐구 경험을 쌓아두는 것이 향후 계열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

2028 서울대 전형계획 중 모집단위별 면접문항 갈무리. (출처=서울대 정책포럼 자료)
2028 서울대 전형계획 중 모집단위별 면접문항 갈무리. (출처=서울대 정책포럼 자료)
[에듀플러스]박건영의 원포인트 입시②학점제가 급격히 바꿔놓을 미래
학교 선택의 중요성, ‘어떤 학교에 다니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변경되며, 1등급 비율이 상위 4%에서 10%로 늘어나 내신 변별력이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계열을 찾아 탐구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고교학점제는 학교마다 개설 과목이 다르고, 세부활동을 기록해 주는 수준도 다르다.

따라서 학생에게 맞는 과목이 개설되는지, 세특과 창체 활동을 잘 기록해 주는 교사나 학교 문화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학생부를 잘 관리해 줄 수 있는 학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특목고와 자사고는 다양한 선택 과목과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이미 학생부 중심의 입시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이제 일반고가 특목고 형태로 유사해지면서, 일반고 간의 진학 분위기가 매우 중요해졌다. 한편, 소위 '갓반고'라 불리는 학교 중 수능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정시 위주로 합격생을 배출한 학교의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수능의 변별력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신까지 따기 어렵다면 학생들의 노력이 허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학교의 교육과정 편제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 만약 아이의 학업 역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면, 교과 편제를 우선하기보다 통학 거리, 내신 출제 난이도, 해당 학교에 대한 학원 수강 정보 등을 고려하여, 학생에게 수월한 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 풀이보다 ‘탐구력’, 수학 선행보다 탐구력·글쓰기가 우선인 이유

최근까지 대입 주력 전형은 수능이었고, 수학이 최상위권을 경정하는 핵심 과목이었다. 교육 특구 중심으로 수학 선행 학습이 일반화되었고, 실제로 수학의 우세를 바탕으로 정시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가져갔다. 그러나 2028 통합 수능부터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의 고난도 수학 범위가 배제되고 탐구도 통합되는 등 '수능의 경량화'가 시작된다.

이에 발맞춰 서울대는 모집에서 수능 성적은 '등급'으로만 사용하며,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예고했다. 1단계에서 수능으로 선발한 후 2단계에서는 생활기록부를 40% 반영하는 서류 정성 평가를 진행하며, 수시 모집에서는 '생기부 기반 심층 면접'을 예고했다. 이제 교내 활동이 불충분하면, 정시 올인으로 역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고교학점제 내신 제도에서는 모든 과목의 수행평가 비중이 40~60%에 달하며, 탐구보고서 작성이 학생부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탐구보고서 활동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일상 속 호기심을 탐구로 연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구과학 시간에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화산대 및 판의 경계와 관련성 탐구하기',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이용하는 집의 모형 탐구하기' 등이 있다. 이러한 탐구 활동은 필연적으로 중요한 입시 자산이 된다. 따라서 지금 초등학생부터 필요한 준비는 수학 선행보다도 탐구력이다. 현재 교육 특구 중심으로 탐구력 또는 문해력에 무게는 두는 현상이 발 빠르게 나타나는 이유다.

2028 서울대 신입학생 입학전형 정시모집 주요사항(안). (출처=서울대 입학본부 2025)
2028 서울대 신입학생 입학전형 정시모집 주요사항(안). (출처=서울대 입학본부 2025)
실천 전략, 초등 고학년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진로는 오해? '계열'부터 정하자

진로가 대입을 경정한다는 부담은 버리자. 초등 교사의 상담과 중학교 생활기록부 기재를 통해 아이와 가장 관련된 계열(한국교육개발원 제공 7개 계열 중 하나)을 미리 판단하는 것만으로도 아이 학교생활의 방향성이 분명해진다. 계열 기반의 탐구야말로 학생부의 큰 무기가 된다.

◇간판은 오해? 고교의 '흐름'을 살피자'

아이에게 맞는 교육과정과 분위기를 가진 학교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등학교는 더 이상 '간판'이 아니며, 교육과정과 학생부기록 환경이 중요하다. 고등학교의 개설 과목, 세부 특기 사항 기록 문화, 수행평가 운영 방식, 학생 수, 진학 분위기 등을 미리 확인해 두자.

◇선행은 오해? 탐구가 먼저다

많이 읽고, 많이 쓰게 하자. 책 한 권을 읽고, 요약하고, 자신만의 질문을 던져보는 활동이 탐구력이 되고, 입시 경쟁력이 된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정답형 인간'이 아니라 '질문형 인간'을 선발한다.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 선발'이라는 말이 이제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 입시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