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해지 위약금을 면제키로 하면서 이통사간 뺏고 뺏기는 가입자 전쟁이 한창이다. 소소한 번호이동이나 집중 마케팅에 따른 일시적 유입·출은 늘 있어 왔으나 하루에만 1만명 단위가 한꺼번에 빠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일 수 밖에 없다. 어느정도 공고하게 세팅된 이동통신 가입자 시장에 큰 변수가 발생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만큼, SK텔레콤의 해킹 사태가 전례가 없이 심각했던 사안인 셈이다. 고객들의 작은 불안과 불만은 견고했던 가입자의 둑을 하루 아침에도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사고는 한군데서 났지만, 이후 가입자 변동은 다분히 상대적인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SK텔레콤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변화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루 1만명 이상이 SK텔레콤에서 빠져나갔지만, 동시에 KT·LG유플러스에서 옮겨온 신규가입자도 6800명 가량 됐다고 한다. 여기엔 사태 진원인 SK텔레콤이 반성과 고객서비스 관점에서 파격적인 지원금과 가입자 혜택 등을 쏟아내놓은 덕이 컸을 것이다.
아직 오는 14일 위약금 면제 시한까지 가봐야겠지만, 초반 분위기만으로는 KT·LG유플러스도 상대적 기회를 100% 못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킹사고 초기때 SK텔레콤에 대해 쏟아졌던 극도의 실망감이 이후 나온 대책과 혜택으로 인해 100% 이탈로 이어지진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SK텔레콤에 가장 뼈아픈 일은 요며칠 바뀌는 가입자 숫자가 아니고, 연말 실적에서 확인될 공산이 크다. 일부 증권사 분석처럼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다면 25년만에 처음 겪는 충격일 것이다. 자체 실적 가이던스로 내놓은 영업이익 감소 전환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이통 3사가 비교적 균형을 맞춰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입자 수와 실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당사자 회사는 물론 경쟁사에까지 공히 끼친 영향은 변하지 않은 가치일 것이다. 바로 '신뢰에 바탕한 고객주의 실천'이 그것이다.
오는 22일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폐지되면 또 한번 이통시장이 출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혼탁함 속에도 어느 통신회사가 고객을 향한 진심을 펼치느냐가 경쟁을 판가름 할 것이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 지원금 규모· 가입자 혜택으로 이전투구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주의' 본 모습으로 승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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