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갑이 단순한 국내 결제 수단을 넘어, 국경 없는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외 이용자 결제 방식이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단일 국가 단위 서비스로는 성장에 한계점이 뚜렷하다.
때문에 디지털 지갑 진화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 중심 관점을 넘어, 글로벌 결제 시장까지 포괄하는 전략이 필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양한 국가·통화·규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경 없는 결제 플랫폼' 구축이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글로벌 디지털 지갑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튠즈 '디지털 지갑 가이드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0조 달러 수준이던 거래액은 2029년에는 17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P2P(개인 간 송금)과 소액결제, B2C(기업 → 소비자) 급여 지급, 리워드 보상, 공과금 납부, 쇼핑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지갑 활용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지갑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경제 활동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는 것이다.
튠즈는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지갑은 이제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니라, 생활 속 전반을 연결하는 기반 서비스”라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상호운용성과 글로벌 연결성을 고려한 서비스 고도화가 필수”라고 짚었다. 디지털 지갑이 경제 인프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경없는 결제'를 위한 글로벌 연결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경없는 결제'를 구현하기 위한 현실 장벽은 아직 높다. 각국 모바일 지갑 시스템은 기술 구조와 표준이 다르고, 결제 인프라도 상호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국가별로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개인정보보호 규제 등이 달라 규제 리스크가 글로벌 확장에 걸림돌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 간 협력이 어려울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성황에 따라 각기 다른 지갑을 중복해서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단일 네트워크 안에서 다양한 지갑과 은행이 연결되는 상호운용성 기반 전략이 주목받는다. 국가 간 결제를 위해 제휴와 연결을 늘려 글로벌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관련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국내 주요 핀테크 기업들은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 글로벌 결제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QR코드 기반 결제를 중심으로 국경 간 결제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은 국내 편의점, 카페 등에서 QR코드만으로 결제할 수 있으며, 국내 사용자 역시 해외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BC카드는 2005년부터 태국 방콕은행과 협력, 페이북(Paybooc) 앱 통한 태국-한국 간 QR 결제 양방향 제공하고 있다.
상호 연결성을 확보하려는 은행권도 움직임도 최근 빨라졌다. KB국민은행은 2022년부터 글로벌결제네트워크(GLN)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본, 베트남, 괌, 몽골, 라오스 등지에서 QR 결제와 ATM 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화폐로 실시간 출금하거나 결제할 수 있어, 해외여행 시 환전 불편을 줄이고 안전한 결제 환경을 제공한다.
보고서는 “디지털 지갑은 금융 영역을 넘어 소매, 인증, 전자문서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며 진화하고 있다”면서 “국가 간 결제 환경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만큼, 글로벌 상호운용성을 내재한 플랫폼 설계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결제 환경 전반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 글로벌 사용자 기반 확대, 수익모델 다각화 등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