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앞두고 환율 출렁…비료값, 농가 원가 압박 가중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다시 1400원 선에 다가선 가운데 지난 20일 서울 명동 시내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다시 1400원 선에 다가선 가운데 지난 20일 서울 명동 시내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8월부터 시행되는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은 비료 가격이 오르며 농가의 생산비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과 국제 원료가격 상승이 비대칭적으로 국내 비료가격에 전이되고 있다. KREI는 단기 보조정책만으로는 구조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료는 요소·DAP(인산이암모늄)·염화칼륨 등 핵심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결제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수입단가도 함께 상승한다

일별(좌), 연평균(우) 원/달러 환율 추이.(자료=KREI)
일별(좌), 연평균(우) 원/달러 환율 추이.(자료=KREI)

지난 2022년 환율 급등기 당시 비료 수입단가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요소 수입액은 2021년 1억9000만달러에서 2022년 3억8000만달러로 증가했고, DAP와 염화칼륨도 같은 기간 각각 93%, 107% 급등했다. 이번달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60원 안팎에서 고공 행진 중이다. 농협이 정하는 비료 공시가격에도 점차 반영되고 있다.

가격 전이 구조의 비대칭성도 문제다. 환율과 국제 원료가격이 오를 때는 비료가격이 더 빠르게 반영되지만, 하락기에는 전이가 더디다. 복합비료의 경우 상승기 판매가는 원료가격보다 더 크게 오르고 하락기에는 덜 떨어지는 흐름이 반복된다.

비료 원료 수입량 및 수입액 -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KREI)
비료 원료 수입량 및 수입액 -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KREI)

비료 제조업체들의 외환관리 능력도 취약하다. KREI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제조사 대부분이 순외환손실을 기록했다. 일부는 파생상품 거래로 일부 보전했지만 전반적으로 외환 변동성에 대응할 여력은 크지 않다.

정부는 요소·DAP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원료구입자금과 무기질 비료 가격보조 등을 통해 가격 억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올해는 당초 예산안에 무기질 비료 보조금이 반영되지 않았고, 국회 농해수위 논의를 통해 372억원이 증액 편성됐다.

전문가들은 단기 보조금보다 중장기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KREI는 “비료가격 안정기금 또는 가격연동형 보조제도 도입이 필요하며, 환위험 공동 대응기금이나 전략 원료비축 제도 확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