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두번째 해외에서 따낸 체코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계약 내용 때문에 뒤늦게 논란이 뜨겁다. 우선 흔들릴 수 없는 전제 조건은 아무리 이 사업이 전 정부 치적이었다손 치더라도 새정부 또한 정부 연속선상에서 잘 완성시켜 나가야할 과제란 점이다.
논란이 되고있는 부분은 당사국 정부간 계약 조건이 아닌, 우리나라 원전 사업자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에 맺어진 부속 계약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에 이은 정식 계약 직전, 체코 당국에 지식재산(IP) 관련 문제를 들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본계약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후, 우리측 원전 주사업자인 한국전력(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 측과 세부 협상을 벌였고, 결국 이 계약 조건으로 걸림돌이 뽑혀졌다. 그리고 지난 6월 체코 정부와 한수원간 본 계약이 타결됐다.
여기서 사업자간 계약에서 잘못이 있는지, 일방적 퍼주기만 된 것은 아닌지는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당시 계약 주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는 것도 필수다.
정확한 조사 없이 선동적 어휘로 '노예 계약', '굴욕적 타결' 같은 단어가 난무하는 것은 적절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1971년, 설비용량 587㎿(메가와트)의 고리1호 원전을 기공할 때부터 웨스팅하우스의 지원을 받았다. 그 고리1호기가 지난 6월 해체 승인을 받았으니, 꼬박 54년간 웨스팅하우스 기술은 우리 원전 건설, 가동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했다.
공동사업비 일정비율을 장기간 지급토록 한 조항도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 우리 국회도 이미 본계약 이전 파악하고 있었던 것 처럼 우리가 웨스팅하우스에 공동 협약에 적용되는 원전 수출건에 지불키로 한 금액은 전체 사업비의 10% 선이다. 이는 국제 관행상 IP 지급 비용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 기준과 이번 계약이 크게 다른지를 살피면 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향후 우리가 북미·유럽·일본 등 원전 수주는 포기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것도 우리의 상황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 특정 지역에선 원전 수출때는 웨스팅하우스가 우리 경쟁 진영에 속해 있는 것 보다 오히려 협력하는 쪽이 우리에겐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국민 정서, 외교 정세만으로 보지 말고 국제 룰에 비춰본다면 훨씬 더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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