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이 양자 얽힘 상태를 분산형 센서에 적용해, 정밀도와 해상도를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초고해상도 분산형 양자 센서 네트워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KIST는 임향택 양자기술연구단 박사팀이 '다중 모드 N00N 상태'라는 양자 얽힘 상태를 활용,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21일 밝혔다.
정확한 계측은 바이오 이미징, 반도체 결함 진단, 우주 망원경 관측 등 첨단 과학기술 핵심 기반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센서 기술은 '표준 양자 한계'라 불리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분산형 양자 센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센서를 하나의 거대한 양자 시스템처럼 연결해, 동시에 정밀한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정밀도 향상에 집중해왔지만, 고해상도 이미징 분야로 확장 가능성은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다중 모드 N00N 상태'는 여러 광자가 특정 경로에 얽혀 있어 빛 간섭 무늬를 훨씬 더 촘촘하게 만들 수 있다. 덕분에 해상도가 크게 향상되고, 동시에 아주 작은 물리적 변화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양자 기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 정밀도인 '하이젠베르크 한계'에 근접할 뿐 아니라, 초고해상도 이미징으로의 응용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이는 최근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양자 센서를 차세대 전략기술로 선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4개 경로에 얽힌 2광자 다중 모드 N00N 상태를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서로 다른 두 개 위상 정보를 동시에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방식보다 약 88% 높은 정밀도(2.74㏈ 향상)를 달성해,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실험에서도 하이젠베르크 한계에 근접한 성능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생명과학, 반도체 산업, 정밀 의료, 우주 관측 등 정밀 계측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현미경으로는 관측하기 어려운 세포 내부 미세 구조를 선명하게 영상화하거나,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회로 결함을 탐지하고, 일반 망원경으로는 흐릿하게 보이던 먼 우주의 천체 구조를 정밀하게 관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임향택 박사는 “이번 성과는 양자 얽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양자 센서 네트워크 가능성을 입증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향후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양자 칩 기술과 결합하면, 일상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양자센서상용화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성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최신 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