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3일부터 일본과 미국을 연쇄 방문하며 정상외교에 나선다. 미국과의 안보협상 등 난제가 산적한 이번 순방길이 정부가 기치로 내건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성패를 가늠할 첫 무대로 작용할 공산이 큰 만큼 이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대응 전략 수립에 총력을 쏟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1일 “이 대통령이 23일부터 28일까지 일본과 미국을 순방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순방 일정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일본 도쿄에 도착해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 일정을 진행한다. 이어 24일 오전 일본 의회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같은 날 오후 미국 워싱턴DC로 이동한다.
25일에는 이번 외교 행보의 정점인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하는 첫 자리지만 통상·안보 등 분야에서 날 선 요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른바 '한미 동맹 현대화'를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 변화부터 한국군의 역할 확대, 한국의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까지 다양한 쟁점이 모두 얽힌 문제다.
관세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한 압박도 상수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기업의 투자·구매 확대를 비롯해 농산물 검역,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등 비관세 장벽 문제 등이 두루 거론될 공산이 높다. 하나같이 부담스러운 의제다.
정부는 관세 협상과 관련한 추가 세부 논의는 이번 정상회담 의제로 다루지 않기를 미국 측에 요청한 상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우리 정부는 (큰 틀의) 통상 협상이 지난달 31일 이미 마무리가 됐으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통상을 논의하지 않거나 간단한 이행계획만 다루자는 입장”이라라면서도 “미국 측에서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신들의 목표를 의제에 넣고 싶지 않겠느냐”며 양국이 치열한 전략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전한 바 있다.
큰 틀에서 양국이 합의한 만큼 쟁점이 포진한 세부 협상은 정상회담 의제로 걸맞지 않다는 이유인데 정부의 부담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 산업 협력을 기반으로 한 정공법은 물론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결과물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지렛대로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 필요성을 재강조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26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조선소를 방문한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작년 12월 한화그룹이 1억달러를 투자해 인수했는데 최근 한미 조선 협력의 거점으로 부상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문이 한미 조선 협력 강화와 마스가 프로젝트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필리 조선소 시찰은 조선업 부흥을 강조하고 양국 경제 협력을 뒷받침하는 행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출국을 이틀 앞둔 21일 정상외교에서도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제 정세와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중에 풀어야 할 현안이 너무 많다”며 “참으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국민을 믿고,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서 호혜적 외교안보 정책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력을 키워야 하겠다'는 생각에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외교에서는 저의 입지 또는 현재의 일시적인 정권의 입지보다는 영속적인 국가나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씩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