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락의 디지털 소통] 〈37〉편의점업계, 고객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한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접점이 매장이나 광고 전단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간 지는 이미 오래다. 특히 편의점업계는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의 생활 전반을 담아내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단순히 '무엇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함께 일상적인 재미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소통 채널로 진화해야 한다.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더콘텐츠연구소가 진행한 편의점업계 SNS 채널 분석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주요 브랜드들은 이미 제품 품질을 강조하는 정보 전달을 넘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텔링과 몰입형 콘텐츠로 새로운 경쟁력을 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각 채널별 운영에서 뚜렷한 강점과 한계가 병존하며, '참여'와 '팬덤 형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완성도 높은 정보 전달 강점, 고객과 양방향 교류 확대 필요(롯데마트 인스타그램)
▲ 완성도 높은 정보 전달 강점, 고객과 양방향 교류 확대 필요(롯데마트 인스타그램)

롯데마트의 SNS 운영은 정돈되고 완성도가 높다. 블로그는 친근하면서도 체계적인 글 배치와 가독성 높은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인스타그램은 대형 타이포그래피와 신선식품 비주얼을 시원하게 활용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제품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유튜브 역시 '신선지능 작동중', '최강록의 나야' 같은 에피소드형 콘텐츠를 통해 제품의 품질과 신뢰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교류의 부재'다. 현재 롯데마트의 SNS는 다채로운 형식으로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지만, 결국 확장된 전단지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하다.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댓글 이벤트, 유저 생성 콘텐츠(UGC), 브랜디드 챌린지와 같은 양방향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 트렌드 선점 능력이 강점, 소통형 채널로 개선 필요(GS25 유튜브)
▲ 트렌드 선점 능력이 강점, 소통형 채널로 개선 필요(GS25 유튜브)

▲ 트렌드 선점 능력이 강점, 소통형 채널로 개선 필요(GS25 유튜브)

GS25의 최대 강점은 '속도'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고, 밈과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소비자의 호감을 즉각적으로 끌어낸다.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포맷을 브랜드에 녹여내며 높은 조회수와 노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블로그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구시대적 템플릿과 낮은 가독성, 통일성 없는 썸네일은 브랜드 이미지에 오히려 악영향을 준다. 유튜브도 조회수에 비해 댓글과 공유 반응은 적어, 소통형 채널로서의 기능은 약하다. 앞으로 GS25는 블로그 전면 개편과 더불어, 유튜브 영상에 질문o투표o댓글 유도 요소를 삽입해 '소비자와 함께 만드는 채널'로 전환해야 한다.

▲ 차별적 일관된 브랜드 운영 강점, 재미와 콘텐츠 다변화 필요(CU 블로그)
▲ 차별적 일관된 브랜드 운영 강점, 재미와 콘텐츠 다변화 필요(CU 블로그)

CU는 전체적으로 브랜드 자산을 일관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인스타그램은 브랜드 컬러와 메시지 통일성이 돋보이고, 유튜브는 '점주님, 계산이요'라는 시리즈를 통해 신제품 리뷰를 자사 채널에서 직접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블로그는 올드한 디자인과 불편한 UX로 호감도를 떨어뜨리고, 인스타그램은 바이럴 콘텐츠가 없어 단순 제품 홍보 이상의 매력을 주지 못한다. 유튜브는 시리즈 콘텐츠의 집중 전략은 긍정적이지만, 포맷 다변화가 부족하다. 웹예능형 시리즈, 알바생 브이로그, 대형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등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이유다.

▲ 브랜드 컬러는 강점, 유머·참여 기반 숏폼 강화 필요(이마트24 인스타그램)
▲ 브랜드 컬러는 강점, 유머·참여 기반 숏폼 강화 필요(이마트24 인스타그램)

이마트24는 인스타그램에서 브랜드 컬러를 일관되게 적용하며 깔끔한 피드를 유지하고, 제품 중심의 콘텐츠 기획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런 '모범생 같은 운영'이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문제다.

유튜브에서는 숏폼 채널을 표방했지만, 단순 제품 설명 위주의 영상은 중독성과 재미라는 숏폼의 본질적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 최신 밈을 반영하고 편집은 세련됐지만, 소비자들이 끝까지 보고 싶어 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포인트는 부족하다. 숏폼맛집을 표방하려면 유머와 챌린지, 공감형 스토리텔링을 결합해야 한다.

편의점업계가 더 이상 가격 경쟁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소비자가 어떤 신뢰와 재미 속에서 브랜드를 경험하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정보 전달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참여형 챌린지·밈 콘텐츠·MD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숏폼 시리즈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단순히 브랜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함께 만들고 공유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보고 싶고, 사고 싶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편의점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생활 공간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일상 속에서 소비자가 브랜드와 함께 웃고,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SNS 기반 디지털 소통활동이 편의점업계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