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임박…통·폐합, 지방이전에 긴장하는 금융공기업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가닥이 잡히면서 산하 금융 공기업도 비상이 걸렸다. 소관 부처 이관은 물론이고 기관 통·폐합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통폐합 후보군으로 꼽히는 정책금융기관 대부분이 수장 임기까지 만료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상황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오는 7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에서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명칭을 바꿔 산하에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위의 국내 금융 기능이 일제히 재경부로 이관되는 만큼 자연스레 산하 공기관도 일제히 재경부로 이관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까지도 일제히 주무부처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를 못 세겠다”며 개혁 의지를 내비친 이후인 20일에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금융 공기업도 많아서 이를 어떻게 기능 조정을 할지도 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신보와 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주금공과 주택보증공사는 과거부터 여러 차례 통폐합 필요성이 거론된 금융 공기업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합을 추진했지만 정치권과 노조 반대에 번번히 표류했다.

이번 통폐합 논의는 과거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게 금융 공기업의 우려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은 물론 금융위원회법까지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부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관 통폐합에 관한 논의가 불거질 수 밖에 없어서다.

당초 이번 정부의 이번 경제 부처 개편 구상의 핵심이 기획재정부에 집중된 권한의 축소였던 만큼 수많은 금융 공기업을 일제히 재경부 산하로 이관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통·폐합과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금융기관의 통폐합 및 재편은 이미 국회 차원에서도 논의가 이뤄진 주제이기도 하다. 국회 싱크탱크인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12일 '산업금융지원 체계개선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책금융지주회사'를 설립 필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한상범 경기대 교수는 현재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는 수은과 무보, 신·기보는 물론 산업은행까지도 산업정책금융을 담당하는 정책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자고 주장한다. 한국성장금융과 같은 모펀드 운용사 역시 지주회사 내 투자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등과 함께 중소기업 전담 기관을 설립하고, 주금공·HUG 등은 주택전담기관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론된다.

동시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정책금융 지주회사 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특정 부처의 과도한 집행 관여를 줄일 수 있는 거버넌스 구상도 제시되고 있다.

금융 공기업은 당정 중심의 공공기관 개편 논의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산은, 수은 등 국책은행 수장 대다수가 임기 종료 이후 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신·기보 등 준정부기관은 임기 만료 이후 후임 인선만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조직개편 임박…통·폐합, 지방이전에 긴장하는 금융공기업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이 가닥이 잡힌 만큼 통폐합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수장 공석으로 인해 어떠한 조직 내부 논리를 만들기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늦어도 연내에는 논의가 마무리되기만을 바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