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을 뒷받침할 제도와 기술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농업 데이터가 기관별·지자체별로 분산돼 표준화가 부족하고 정책 효과를 해석할 온톨로지 체계가 미비해 AI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농림업 정책의 AI 기반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농업 데이터는 기관·지자체별로 분산돼 있어 품질 차이가 크고 상호 호환성이 떨어진다”며 “단순한 데이터 집적이 아니라 수집·정제·가공 전 단계에 걸쳐 표준화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통합이 미흡할 경우 정책 결정에 활용되는 분석 결과가 왜곡되거나 지역별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KREI는 해법으로 △분산된 농업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구축 △데이터 품질 관리와 검증 기준 확립 △정책 효과를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온톨로지 기반 데이터 체계 마련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고위험 AI 활용의 불확실성도 강조했다. 생산량 예측, 재해 대응, 보조금 배분 등 민감한 영역에서 AI가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오류가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면 정책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 개입 범위와 책임 소재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는 장치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고위험 AI 요건을 농업 특성에 맞게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 프로토콜 △정책·기술·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가이드라인 △농업 특화 AI 윤리 규범 제정 필요성도 언급했다. 농업 현장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하면 AI 기반 정책이 오히려 농업인에게 불확실성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보고서는 이번 연구가 탐색적 성격에 머물렀다는 점도 밝혔다. 단계별 정책 로드맵과 부처 간 역할 분담, 예산과 전문 인력 확보 방안, 농업인의 수용성 확보 전략은 후속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AI와 온톨로지 기술의 통합 설계, 알고리즘 편향과 책임 불명확 같은 윤리적 위험에 대한 대응 체계도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법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농업이 제도 정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국가 디지털 혁신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 AI가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아가는 만큼 농업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 요구된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