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트워크가 인공지능(AI) 확산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피지컬 AI, 에이전틱 AI로 고도화되는 AI 생태계에서 초저지연·초연결을 보장할 통신망의 진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19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주관으로 열린 '네트워크 기반 AI 전환(NAX)' 정책토론회에서는 네트워크가 AI 확산을 이끄는 서빙 인프라 역할을 해야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발제를 맡은 이경한 서울대 교수는 “로봇·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가 요구하는 연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온디바이스로는 한계가 있으며 네트워크 오프로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AI가 학습·추론·서비스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고성능 AI 네트워크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AI 로봇이 사람 수준의 체감 품질을 보이려면 센싱부터 행동까지 지연시간 150ms 이내여야 하고 한대당 최대 16Gbps 업링크 트래픽이 요구된다”며 “디바이스 자체 연산 성능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를 위해선 5G를 넘어 AI랜 중심의 차세대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황종성 NIA 원장도 “AI는 데이터와 연산을 네트워크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성능 네트워크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며 “6G는 AI 확산을 이끄는 AI 고속도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장은 맡은 김선우 성균관대 교수는 “과거 시가총액 톱10에 네트워크·장비기업이 다수 있었지만 지금은 AI·반도체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면서 “다만 디바이스 연산 한계 때문에 앞으로는 네트워크 for AI 관점에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커넥티드카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AX도 통신망과 융합이 필수다. 테슬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AI 모델을 차량에 탑재하고 위성통신과 연계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혁 한국자동차연구원 센터장과 이동규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은 지상망과 비지상망(NTN)을 결합한 끊김 없는 통신환경 구현과 소버린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의 정책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철희 다산네트웍솔루션즈 대표는 “현재 국내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가 외산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인터넷 보급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국산 장비 보급이 인터넷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듯이 AI 네트워크 전환에도 스위치 등의 국산화를 통해 외산 종속 리스크와 TCO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통신사들도 수익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일영 SK텔레콤 커넥티비티 사업본부장은 “명확한 서비스 없이 엣지AI 네트워크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며 “AI CCTV와 디지털 트윈, AI 드론 등 실제 서비스를 발굴하고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경한 교수는 “통신사는 AI 모델 개발이 아닌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티드 AI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온전하게 AI 서비스를 올릴 수 있는 기반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연내 '대한민국 네트워크 전략 2025'를 발표해 AI 네트워크 진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은 “6G는 피지컬AI를 움직이게 하는 필수 기술로,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망을 고도화하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과거 CDMA 신화를 재현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