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층 인구가 지속 증가하고 자연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동통신사의 연간 1조3000억원대 통신요금 할인에 의존하는 디지털 복지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디지털 복지 항목을 인공지능(AI) 서비스·콘텐츠·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확대하고, 기금 등을 통해 재원 참여 대상을 늘려야한다는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복지 할인, 8년새 3배 증가
지난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취약계층 요금할인 규모는 1조3219억원을 기록했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7년 4600억원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
이통사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시행령·고시에 의거해 저소득층과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연금수급자(만 65세 이상고령층)에 대한 이동전화 기본료 면제, 통화료의 35%~50%를 감면하고 있다.
이통 3사의 지난해 감면 금액 규모는 3사 합계 영업이익 2조7515억원의 48%에 해당한다. 지난해 KT의 명예퇴직 등 일시적 영업이익 감면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통사의 요금감면액은 영업이익의 약 3분의1 수준을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
이통사는 국민 통신접근권 향상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복지할인을 제공했다. 주파수 면허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이통사 사업 특성을 고려한 사회적 기여로 인정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구구조 변화, 디지털서비스 다양화에 지속가능성 의문
국가 통계포털에 따르면 만 65세이상 고령층 인구는 2024년 994만명에서 2030년 1298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1891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전체 인구규모는 2024년 5175만명에서 2030년 5131만명, 2050년에는 4711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변동구조 흐름을 고려할 경우 요금 수익기반은 줄어드는 반면, 요금 할인 대상은 갑절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인구 구조는 미래 예측에서 가장 손쉬운 분야”라며 “현행 디지털복지 지속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통신 요금감면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과거 음성통화 중심의 통신환경에서 기획됐다. 때문에 최근 급격히 증가한 AI 및 OTT 등 디지털 서비스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24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 정보격차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인 대비 77.5%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역량·활용 부족이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통신 요금은 정체되는 반면 AI, 콘텐츠 소비 등이 전체 디지털서비스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유료 디지털서비스 전반이 확대되는 현실을 외면한 채 통신요금에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한다는 지적이다.

◇재원 다양화하고 디지털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 필요
통신업계에서는 OTT, AI 서비스 사업자 등으로 디지털복지 재원과 대상을 확대하고, 정부도 공적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통신 접근권 보장'에서 디지털 소비의 핵심인 플랫폼·콘텐츠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디지털 서비스 접근권 보장'으로 ICT 복지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나가도록 추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최근 디지털바우처 시범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이 일정한 바우처 규모 내에서 통신 요금 외에도 OTT, 콘텐츠, 음악 등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범 사업 역시 통신사 재원을 활용했다. AI, 콘텐츠, OTT 분야 기업들도 디지털 바우처와 같은 디지털 복지 제도에 기여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또, 전문가들은 디지털서비스 대세로 등장한 AI에 대한 정보격차 해소 방안이 시급하다며, 우선 정부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AI 리터러시(활용능력)는 소득과 생활의 질적 차이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취약계층, 일반 이용자가 활용 가능하도록 AI를 활용하는 바우처 분야 등에 정부 예산을 확대·지원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시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통신에서 AI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걸 봐도 AI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며 “통신에만 사용하는 복지 재원보다,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활용 가능한 바우처가 훨씬 이득이 될 수 있으며, 현재보다 정부 예산을 10여배 이상 늘려 취약계층 등의 AI 이용을 지원하고, 분야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