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금융 인프라 '양자컴퓨팅'…국내 중장기 전략 시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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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들이 양자컴퓨팅 도입과 활용에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권은 양자컴퓨팅을 금융에 접목을 추진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고도의 전문성과 장기간 준비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상용화 이후에 대응을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사와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보안원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금융권은 이미 리스크 관리, 파생상품 가격 책정, 사기 탐지, 초고속 거래 등 금융 영역에서 양자컴퓨팅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사는 금융사기로 매년 100억 달러에서 많게는 40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데, 양자컴퓨팅을 활용하면 신용카드 사기, 신용도용, 자금 세탁 등 사기 탐지와 속도, 정확도를 최대 20%까지 높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JP모건체이스는 양자 알고리즘을 활용해 옵션 가격 산정, 위험 평가 속도를 90% 가까이 줄였고, 캐나다 중앙은행은 결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26%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HSBC와 바클레이스는 증권 결제 최적화 실험을 진행 중이고, 유럽 은행들은 양자컴퓨팅 기반으로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당국의 정책 지원과 맞물린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양자·AI 혁신을 위해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며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고, 영국은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환경에서 알자 알고리즘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는 보고서를 통해 증권·결제·보안 분야에서 양자컴퓨팅 체계 구축을 촉구 중이다.

국내 금융권도 중장기 전략 마련과 로드맵 도입이 시급하다. 금융보안원은 인식 제고와 인재 양성, 전담 조직 구성에서 출발해 개념검증(PoC)과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상용 서비스로 확장하는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아직 초기 단계”라며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제시와 중장기 지원 정책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양자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