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미디어 산업이 인공지능(AI)과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를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IPTV방송협회는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클럽806에서 기자와 회원사를 대상으로 스터디를 열고 'AI시대, 국내 미디어 산업의 미래 전망'을 주제로 전문가 강연을 진행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국내 미디어 산업은 플랫폼 지형 변화, 팬덤 기반 수익화, AI 혁신이라는 세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FAST와 AI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이끌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은 여전히 성장세지만,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미국 구독형 비디오(SVOD) 가입자는 3억3900만명에 달했으며 프리미엄 서비스가 전체의 79%를 차지한다. 반면 특화형·스포츠 스트리밍은 가입자 이탈률이 높아 관리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대표는 '슈퍼팬 경제'를 주목한다. 그는 “미디어 산업은 '모든 사람을 위한 콘텐츠'에서 '팬덤을 위한 특별함'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슈퍼팬은 해지율 관리의 핵심 고객층이자,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의 글로벌 플랫폼 위버스가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
AI 기술은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넷플릭스가 최근 아르헨티나 드라마 '엘 에테르나우타'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특수효과 제작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인 것은 업계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동시에 할리우드에서는 저작권 침해와 창작자 일자리 위협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한 대표는 “AI는 창작과 플랫폼, 법제도를 동시에 흔드는 변수”라며 기술 활용과 창작자 보호를 병행할 새로운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FAST 시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이끄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삼성 TV 플러스와 LG 채널은 수억 대 글로벌 기기에서 K-콘텐츠 채널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으며, 한국 FAST 시장도 향후 3~5년 내 주요 미디어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는 “국내 FAST 시장은 2028년까지 1조1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글로벌 허브를 구축해야 FAST가 제2의 스트리밍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