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친구목록' 되살린다…사용자 비판에 결국 선회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23일 열린 '이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 카카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23일 열린 '이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 카카오〉

카카오가 혹평에 시달리던 카카오톡 '친구탭'을 기존과 비슷하게 되돌린다. 친구목록을 첫 화면에 배치하고,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 메뉴로 볼 수 있도록 4분기 경 조정한다. 내부에서는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최신 버전에 대한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친구탭 개선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카카오는 기존처럼 '친구목록'을 카카오톡 친구탭의 첫 화면으로 되살린다. 현재의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의 '소식' 메뉴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개편은 개발 일정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 안에 적용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세 번째 탭의 숏폼과 오픈채팅처럼 첫 화면을 이용자가 설정할 수 있다”면서 “친구목록형을 원하면 기존의 친구목록형으로 쓸 수 있고, 소식을 보고 싶으면 개편된 버전의 피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절차도 간소화한다. 지난 27일 카카오톡의 '지금탭(숏폼)' 내에 '미성년자 보호조치 신청' 메뉴를 신설한 데 이어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신청·설정 등을 간편하게 개선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 카카오 25'에서 카카오톡 개편 방향을 발표하고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카카오톡 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친구탭의 피드와 지금탭의 숏폼에 대한 사용자 혹평이 잇따랐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 26일 장 중 한때 4% 넘게 하락하면서 6만원선이 깨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편이 시작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기능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히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

전문가는 카카오가 사용자 경험을 지나치게 해치는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광고 모델을 도입하려면 기본적으로 화면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광고 모델을 설계할 때 판단 착오(미스)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개편에 혹평이 잇따르면서 내부에선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빅뱅 프로젝트'로 불리는 카카오톡 개편은 지난 2월 영입된 홍민택 최고제품개발책임자(CPO)가 주도했다. 빅뱅 프로젝트는 홍 CPO의 최대 핵심성과지표(KPI)로 알려졌다. 하지만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실무 개발자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 CPO를 포함한 경영진이 무리하게 카카오톡 개편을 추진했다는 지적까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톡 개편으로 인해 경영진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김범수 창업자가 건강상 문제와 재판으로 사실상 부재 중인 상황에서 전문 경영진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카톡 개편과 향후 인공지능(AI) 도입이 경영진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