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의료 데이터 역량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원격진료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킨다면 아시아 원격진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수출 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30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의료혁신 제3차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박건상 오픈헬스케어 총괄의료원장은 원격의료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국내 규제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민간보험까지 원격진료 보장 범위를 넓혔고, 일본은 고령화 대응 차원에서 온라인 약 배송을 허용했다”라며 “한국은 ICT와 의료 데이터 역량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진료가 성장하려면 초진 허용 범위, 약 배송, 의사의 책임과 자율성 같은 기준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라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크면 민간 기업은 투자하기 어렵다. 국회와 정부가 속도감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국형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에서 진행 중인 국제 원격협진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 전문의와 현지 의사·통역이 함께 참여하는 4자 협진 구조를 마련해 난임·내과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고 있으며, 연내 20차례 이상 협진을 추진 중이다. 박 원장은 “해외 환자가 한국을 직접 찾지 않아도 진료·검진·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모델을 구축해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의료 수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원격진료가 단순 편의 수단이 아닌 '새로운 의료 인프라'라는 설명이다. 그는 “환자의 생활 데이터와 AI, 의료기기를 연결하면 지속적인 건강관리 인프라가 돼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라며 “이런 융합이 이뤄질 때 한국 의료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수출 산업의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이동한 한국리서치 팀장은 비대면진료 정책 만족도 및 개선 의견 조사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1월 이후 비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 1000명, 의사 200명, 약사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환자들은 대면 대비 시간·비용 절감 효과와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의사들은 환자 안전과 책임 범위 불명확성을, 약사들은 약 부작용 사고·비급여 처방 비율, 약 배송 문제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
공통적으로는 △초진 처방일수 제한 △비급여 처방 금지 △공공 플랫폼 도입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 등이 정책 수요로 제시됐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현재 원격진료는 주로 1차 의료 현장에서 가벼운 증상 처방이나 만성질환의 지속적 관리에 활용된다. 웨어러블 기기나 의료 마이데이터 등 주변 기술과 연계는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원격진료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열리게 된다면 의료 현장과 국민은 자연스럽게 더 높은 품질과 다양한 활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