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 〈2〉온디바이스 다음은 AI-RAN…기술 경쟁도 본격화

AI 반도체 맥스 얼라이언스 포럼이 30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글로벌융합센터에서 열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퓨리오사 AI 반도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송재혁 삼성전자 사장, 송창현 현대자동차 사장, 김정관 장관, 최우혁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산업정책관. 성남=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AI 반도체 맥스 얼라이언스 포럼이 30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글로벌융합센터에서 열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퓨리오사 AI 반도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송재혁 삼성전자 사장, 송창현 현대자동차 사장, 김정관 장관, 최우혁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산업정책관. 성남=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온디바이스 AI반도체가 기기 내부의 두뇌라면, 그다음 무대는 '네트워크 자체가 생각하는 시대'다. 데이터센터와 단말기를 오가던 인공지능(AI) 연산이 이제는 통신망으로 들어간다. 기지국과 중계기가 스스로 판단하는 'AI-RAN(지능형 무선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올해 3월 AI-RAN 개념을 본격 상용화하기 위해 'AI-native 6G 네트워크 스택' 공동개발을 발표했다. T-모바일·MITRE·시스코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6G 네트워크에 AI 칩을 심어 데이터 전송 경로를 스스로 학습·최적화하는 구조다. 엔비디아는 이미 일본 소프트뱅크와도 협력해 AI가 통신 트래픽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시범망을 구축했다. 통신망 자체가 'AI 데이터 허브'로 전환되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 외에도 인텔·브로드컴·퀄컴이 'AI 무선망 연산 프로세서' 개발에 뛰어들었다. 특히 인텔은 오픈RAN(Open Radio Access Network) 표준에 AI 알고리즘을 직접 적용하는 'AI-RAN Toolkit'을 공개, 주요 통신사들과 데이터 흐름 예측·주파수 간섭 제어 실험을 진행 중이다. 미 국방 분야에서도 차세대 네트워크-AI 융합 연구가 활발하다.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OPS-5G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민·군 겸용 AI 기반 통신기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이보다 앞서 '네트워크형 AI 칩'의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Ascend 910B 기반의 AI-내장형 기지국을 공개했고, ZTE는 'AI-RAN 협업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도시 단위의 6G 시범망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발표한 '6G White Paper'에서 AI-RAN을 국가 전략의 핵심축으로 명시하며 국제 표준 선점을 노리고 있다.

AI 칩이 통신망의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며 미·중이 'AI 반도체의 마지막 전장'에서 맞붙은 셈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이 AI-RAN 경쟁으로 달아오르면서 우리나라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KT는 올해 8월 국내 최초로 상용망 기반 AI-RAN 트라이얼을 개시, 실제 셀룰러 환경에서 AI 모델이 네트워크 품질을 실시간 조정하는 실험에 돌입했다. 퓨리오사AI는 서버용 NPU '레니게이드(Renegade)'를 통신용 경량화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딥엑스는 초저전력 AI 칩을 활용한 6G 엣지 서버용 AI 모듈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양사는 KT와 협력해 'AI 통신 프로세서' 기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역시 산업통상부 주도로 추진 중인 '제조 AI 대전환(M.AX)' 프로젝트를 통해 온디바이스 AI반도체에서 AI 네트워크 인프라로 확장하는 중장기 전략을 검토 중이다. 특히 M.AX의 핵심 참여기업인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소프트뱅크·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AI-RAN 얼라이언스'도 주도, 글로벌 6G-AI 협력 흐름과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연계될 것으로 기대된다. AI-RAN 얼라이언스는 전 세계 110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하는 6G AI 무선망 표준화 연합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에서 기존 AI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과 같은 계열인 블랙웰 울트라와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을 공개했다. 베라와 결합한 루빈은 50페타플롭(1페타플롭=초당 10억의 백만 배의 횟수)을 처리할 수 있다. 루빈은 최대 288GB(기가바이트)의 메모리를 지원한다. 〈AFP〉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에서 기존 AI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과 같은 계열인 블랙웰 울트라와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을 공개했다. 베라와 결합한 루빈은 50페타플롭(1페타플롭=초당 10억의 백만 배의 횟수)을 처리할 수 있다. 루빈은 최대 288GB(기가바이트)의 메모리를 지원한다. 〈AFP〉

AI반도체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단말기와 네트워크로 확장되면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AI-RAN을 'AI 반도체 진화의 최종 단계'로 평가한다. 기기·서버·네트워크가 모두 하나의 인공지능 생태계로 연결되며, 데이터가 오가는 파이프가 스스로 사고하는 두뇌가 된다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AI 칩을 통신망 속으로 옮기며 'AI 기반 6G 생태계'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도 온디바이스를 넘어 AI-RAN과 네트워크형 반도체 기술로 다음 단계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