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편 들라 했더니 알고보니 병원 변호사?”…의료분쟁대변인 취지 무색

“환자 편 들라 했더니 알고보니 병원 변호사?”…의료분쟁대변인 취지 무색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은 환자를 돕기 위해 도입된 '의료분쟁조정 환자대변인제'에 병원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송파구병)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재원이 위촉한 환자대변인 변호사 56명 가운데 9명(약 16%)이 현재 병원 자문·고문이나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한두 곳이 아닌 5곳 이상의 병원을 동시에 자문하고 있었으며, 직접 소속 병원을 대신해 의료사고 소송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의료분쟁조정 환자대변인'은 의료사고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법적·의학적 도움을 제공하고 조정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공모와 심사를 통해 의료사고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변호사 56명을 환자대변인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환자를 대변해야 할 변호사 중 일부가 병원 측 이해관계자라는 점에서 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의료사고 분쟁 시 환자를 대변해야 하는 변호사가 병원 측의 입장에서 병원의 소송 대리를 주 업무로 해온 사람들을 선정한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며 “특히 현직에서 병원의 소송 대리를 하면서, 의료사고 환자를 대변하고 조력하는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현직에서 병원 측 소송이나 자문을 맡고 있는 9명의 변호사는 해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