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개혁안을 바탕으로 사법개혁에 대한 고삐를 더욱 쥐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에 따른 예산 규모 등은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20일 국회 본청에서 공개한 개혁안에 따르면 대법관 수는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한다.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총 12명을 증원하는 구조다. 결국 대법원은 6개의 소부와 2개의 연합부 등 사실상 2개의 전원합의체 구조로 재편된다.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도 현행 10명에서 12명으로 숫자를 늘리고 구성을 다양화한다. 현재 당연직으로 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법원행정처장 대신 헌법재판소 사무총장을 위원으로 참여시킨다. 또 대법관이 아닌 법관 중 1명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조항도 전국 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하는 법관 2명으로 명문화한다. 특히 이중 한 명은 여성으로 하는 내용도 이번 개혁안에 포함됐다.
아울러 법관 평가제도와 압수수색 영장 사전 대면 심문 절차 등을 도입하고 하급심 판결 공개 범위도 확대한다.
재판소원 제도 도입은 사개특위 발표안에서 빠졌다. 재판소원이란 법원 판결에 대해 이를 취소해줄 것을 청구하는 헌법 소원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재판소원 심리를 헌법재판소가 맡게 돼 사실상 '4심제'가 된다. 민주당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지도부 논의를 통해 이를 당론으로 발의할 방침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에 따른 재판연구관 증원, 소요되는 예산 규모 등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재판연구관은 사건 심리·재판에 관한 조사와 연구 업무를 담당하는 인물로 대부분 경력 10년 이상의 법관들로 구성돼 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자연스레 재판연구관 역시 늘어나게 된다.
백혜련 사개특위 위원장은 “향후 판사 증원이 이미 작년에 300명이 되는 상황이다. 대법원에서는 재판연구관이 부족하다고 하는 데 그다지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예산 문제 역시 지금 대법원에 추가로 건물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남는 땅도 있고 증축 문제도 있다. 예산을 정확하게 산출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제시하는 금액보다는 적을 것”이라며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변수가 있어 예산 문제를 명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건태 의원은 “대법관 수를 늘린다고 전체 사건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이 늘어나니 이를 보좌하는 연구관과 사무공간을 늘리는 것이 목표지 예산·공간 때문에 대법관 증원이 안 된다는 것은 논리가 아니다. 이는 대법관 증원을 막으려는 논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법 장악 로드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권력을 위한 사법 장악 시도”라며 “이재명 정권이 밀어붙이는 사법개혁은 정권이 재판을 지배하고, 재판 결과까지 정하겠다는 독립성 제로, 공정성 제로의 사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우리가 사법부의 독립을 목숨처럼 지키려는 이유는 사법부가 민주주의 수호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라며 “사법부가 무너지면 법치가 무너지고, 법치가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붕괴된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결국 독재 시대가 열린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정권의 하청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반헌법적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