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 연결하는 분자 네트워크 규명...KBSI·KAIST, 치료 단서 제시

난치성 질환-질환 연계 모델
난치성 질환-질환 연계 모델

다양한 난치성 질환들은 임상적으로는 서로 다른 형태를 보이지만, 분자 수준에서는 공통된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질환 간의 연계성과 분자적 연결 고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암, 감염병, 제2형 당뇨병 사이의 연관성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며 난치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양성광)은 이영호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 박사팀이 임미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화학과 교수팀, 건국대·캠브리지대·토호쿠대 공동 연구진과 함께 서로 다른 질환들을 연결하는 광범위한 분자적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임상적으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신경퇴행성 질환, 암, 감염병, 제2형 당뇨병이 '단백질 오접힘'과 응집, 만성 염증, 신호전달 경로 이상과 같은 공통된 분자적 과정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특히, 단백질 오접힘과 응집을 통한 크로스 시딩 현상으로 서로 다른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함을 확인하고, 이로 인해 신경퇴행성 질환 내 질환-질환 간 연계성과 공병리가 발생함을 규명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병증의 타우, 파킨슨병을 포함한 알파시누클레인병증의 알파시누클레인은 서로 상이한 단백질이지만, 오접힘과 응집을 통해 상호작용하여 공병리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연구에서는 아밀로이드 피브릴이 암세포에 미치는 독성 효과를 통해, 단백질 오접힘과 응집이 암과 신경퇴행성 질환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분자 기전임을 밝혔다.

또 제2형 당뇨병에서 생성되는 오접힘 단백질 아밀린이 크로스 시딩을 통해 아밀로이드베타 응집과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당뇨병 환자에서 인지 기능 저하 및 알츠하이머의 발병 위험성이 증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사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자적 근거가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질환들이 단백질 오접힘 등 공통된 분자 기전을 통해 연계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난치성 질환에 대해 개별적으로가 아닌 생체 시스템 전체의 상호작용 네트워크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연구 관점을 제시했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과제, K-BDS사업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주요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난치성 질환의 연구결과 분석과 질환-질환 연계라는 새로운 개념의 도입은 신경과학 분야의 최상위 학술지인 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 지에 10월 17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