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간 진행 중인 관세 협상에 대해 “결국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것”이라며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 신뢰를 강조했다.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배제할 수는 없다”며 미·중 경쟁 속에서 균형 있는 외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미 간 관세 협상과 통상 갈등에 대해 “현재 한·미 간 협상에는 의견 차이가 있지만, 미국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체제를 선도하는 국가”라며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취임 직후 트럼프 행정부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포함한 무역 합의를 체결했지만, 자동차 관세 인하 등 세부 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유럽의 경쟁사들이 이미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지만, 한국 자동차에는 여전히 25%의 높은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지만, 미국의 제조업 재편 노력에 가능한 한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 경제협력의 새 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으로 한·미 관계가 일시적으로 냉각됐지만, 이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신뢰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조지아주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500여 명이 체포된 사건과 관련해 “유감스럽지만, 산업 협력이 양국의 이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양국이 협상 국면을 지나는 상황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피스메이커(평화 중재자)”로 표현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대화의 자리에 앉기를 바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는 “상대방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예정된 일정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한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 간의 대화를 일관되게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중 경쟁 구도 속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시각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과 70년 넘게 굳건한 동맹을 맺고 있지만, 중국과도 강력한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서로 다른 체제를 가졌다고 해서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미묘하지만, 한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국가 간 관계는 '이 나라는 친구, 저 나라는 아니다' 식으로 단정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훨씬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산업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런 기술적 강점을 미국과 공유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재명 대통령이 통상 마찰, 미·중 경쟁, 한반도 긴장이라는 삼중의 과제 속에서도 협력과 대화로 문제를 푸는 실용주의를 유지했다”며 “그의 메시지는 '갈등보다 조정, 단절보다 균형'이었다”고 전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