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 TSMC 디자인하우스인 에이직랜드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지원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TSMC 3나노미터(㎚)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위한 핵심 역량을 확보, 급증하는 AI 반도체 개발 수요에 대응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직랜드는 최근 TSMC의 3㎚ 및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공정설계키트(PDK)를 확보, 본격적인 설계 수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타트업 등 규모가 작은 반도체 기업(팹리스)은 직접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과 협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를 위해 각종 설계를 도와주고 파운드리 공정 최적화를 지원하는 기업이 에이직랜드와 같은 디자인하우스다. 일종의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의 '가교'인데, TSMC 디자인하우스는 국내에서 에이직랜드 뿐이다.
에이직랜드가 지금까지 제공했던 최첨단 공정은 5㎚였으나 최근 3㎚ PDK까지 갖춰, 보다 미세한 회로의 첨단 반도체 설계 지원이 가능해졌다. PDK는 파운드리 제조 공정 조건을 기반으로 칩을 설계하도록 돕는 설계 툴 세트다.
여기에 AI 반도체 필수 패키징 기술인 'CoWoS' 설계까지 지원해 주목된다. CoWoS는 그래픽처리장치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기판에 패키징하는 TSMC 기술로, 엔비디아 등 유수의 AI 반도체 기업이 채택했다. AI 가속기를 구현하는 2.5D 첨단 패키징 기술의 표준처럼 여겨진다.
에이직랜드는 지난해 TSMC 본사가 위치한 대만 신주현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3㎚ 및 CoWoS 역량을 내재화하기 위해서다. 홍링제(洪領澤) 대만 법인장을 비롯해 TSMC 첨단 공정 경험을 보유한 다수 엔지니어를 영입,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AI 반도체 설계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본격적인 대응 체제를 구축하려는 행보다. 특히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자체가 확대, 설계 지원 수요가 커질 것이 대비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팹리스 뿐 아니라 가전·자동차·IT 기업들도 디자인하우스를 통해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AI ASIC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억 달러(약 13조원)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이직랜드는 수퍼게이트·디노티시아·모빌린트·디퍼아이 등 기존 고객사와의 추가 협력을 모색하면서 동시에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과 대만 등에서 양산 경험을 쌓아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디자인하우스 협력사 연합인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와의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수주 쟁탈전이 예상된다.
에이직랜드 관계자는 “엔지니어의 기술 역량도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다”며 “AI 중심 포트폴리오로 국내외 시장에서의 수주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