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철강업계, 야간 전기요금 부담까지…자구책 마련 속도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현대제철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기로. 현대제철

정부가 야간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철강업계 우려가 커졌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확산하는 상황에 전기요금 부담까지 더해질 전망이어서 자구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최근 기후환경에너지부와 산업통상부에 전기요금 개편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가 1분기 중 계절·시간대별 요금제(계시별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 특성에 맞는 정교한 요금제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되면서 낮 시간대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낮 시간대 요금은 낮추고 야간 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검토한다.

철강업계는 이 같은 요금제 개편이 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철강사들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의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야간 가동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 왔다. 낮 시간에는 설비 점검이나 공장 개·보수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즉 야간 전기요금 인상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과 미국의 50% 관세 등 구조적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전기요금 부담까지 커진다면 산업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정책이 철강산업의 '그린 경쟁력' 확보라는 정부의 목표에도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서는 전기로(전기가 발생하는 열로 금속을 녹여 정련하는 로)를 활용해야 하지만 새로운 정책 방향은 이 같은 흐름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라며 “전기요금제가 개편된다면 철강산업 경쟁력의 위기는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주요 철강사들은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당진제철소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LNG 가격 변동성이 커졌지만 전기요금 부담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전력 확보 수단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제철은 이달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천연가스 수출입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기존 설비를 확대한 600㎿ LNG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전력 공급을 늘려 수소환원제철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전기로의 생산효율을 끌어올려 탄소 저감 효과를 내는 '하이퍼 전기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폐열 활용과 열 투입 방식, 원료 투입 등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하이퍼 전기로의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자체 발전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