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Kopino)' 자녀를 외면해온 한국인 아버지들이 시민단체의 얼굴 공개 이후 뒤늦게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육 책임을 방기한 이들의 행태가 공론화되면서, 명예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피노 아빠 찾기' 운동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단체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 구 배드파더스)의 활동가 구본창 씨는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필리핀 싱글맘들의 '아빠 찾기'가 보도된 뒤, 수년간 연락을 끊었던 코피노 아빠들이 최근 잇따라 연락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구 씨는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7년 전 도망갔던 아이 아빠가 갑자기 연락해왔다”며 “언론 보도와 얼굴 공개가 '코피노 파파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구 씨는 지난달부터 SNS에 한국인 아버지들의 얼굴과 함께 자녀의 출생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는 “2010년생 딸, 2014년생 아들, 2018년생 딸을 두고 떠난 아빠들을 찾는다”며 “명예훼손 논란이 있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얼굴 공개의 불가피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빠를 찾으려면 여권번호나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한데, 이들은 동거 당시 이를 숨긴다. 얼굴 공개는 사실상 마지막 방법이다.”
구 씨에 따르면, 필리핀 어학연수 중 현지 여성과 아이를 낳고 한국으로 돌아간 남성 가운데는 자신의 거주지를 '북한 평양'으로 속인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 코피노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되며, 다수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 빈곤과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 역시 오랜 기간 이를 심각한 인권 문제로 지적해왔다.
한편 구 씨는 최근 일부로부터 “사생활 침해이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판사의 판단에 따라 유죄 또는 무죄가 갈릴 수 있다”면서도 “아빠를 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면 끝까지 감수하겠다”고 했다.
구 씨는 앞서 2018년 '배드파더스' 운영 당시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 공개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1월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