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두 번째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단계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2단계를 추진하는 것으로, 8.6세대 OLED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연내 2단계 8.6세대 설비를 발주낼 계획이다. OLED 핵심 설비인 '증착기'를 내년 4분기 반입하는 것이 목표다. BOE는 필요 설비들을 국내 복수 장비 업체와 협의 중이다.
BOE는 중국 쓰촨성 청두에 8.6세대 OLED 팹인 'B16'을 구축하고 있다. 2023년 11월 투자를 확정한 뒤 공사를 시작했다.
회사는 1단계로 유리원판 기준 월 1만6000장 규모를 갖추는 중이다. 이 투자는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BOE는 지난 5월 핵심 장비들을 반입하고 현재 시험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단계 투자는 1단계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BOE가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 초반에는 2단계 라인 장비 발주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BOE는 내년 4분기에 장비 반입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BOE는 설비 구축 뿐만 아니라 8.6세대 OLED 양산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BOE가 목표하고 있는 8.6세대 OLED 첫 양산 시점은 내년 2분기. 이는 업계 선두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거의 같거나 빠른 일정이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열린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8.6세대 OLED를 “내년 2분기 말 또는 3분기에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BOE가 2분기 양산을 시작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3분기로 미뤄지면 양산 첫 테이프를 중국이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OE가 8.6세대 투자와 양산에 속도를 내는 것은 우선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8.6세대는 아직 대량 생산된 적 없는 차세대 OLED 기술이다. 디스플레이에서 '세대'는 유리원장 크기를 의미하고, 숫자가 높을 수록 생산성이 향상된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생산성을 앞세워 노트북이나 모니터로 OLED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상용화에 나섰는데, BOE는 경쟁사보다 양산 및 출하를 앞당겨 수요를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이면에는 액정표시장치(LCD)처럼 대량 생산과 낮은 가격을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풀이다. 8.6세대 OLED 시장 개화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서도 투자를 이어가 물량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8.6세대로 만든 저가 OLED가 대량으로 풀리기 시작하면 시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OLED 시장을 선도 중인 삼성디스플레이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