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방선거 공천 갈등···親明 인사 컷오프 파장

이재명 대통령이 4일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개혁 입법의 속도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엇박자가 차기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당대표 시절 영입된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가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에서 면접심사 결과로 컷오프되면서 내년 초 지방선거 후보자 경선 과정에서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이 과열될 조짐도 엿보인다.

유동철 민주당 부산수영구지역위원장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에 “주변에서 친이재명계여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런 추측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영입된 인사로 험지인 부산 수영구에 출마해 낙선한 뒤 올해 들어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 4명 중 유 위원장을 포함한 두 명을 컷오프 했다. 이후 정청래 대표는 유 위원장에게 '당대표 특별보좌관(특보)'직을 제안했으나 유 위원장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장은 중앙당이 편파적으로 진행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면접에 기반해 별다른 이유 없이 탈락시켰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부산 지역 당원들이 항의하기 위해 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에 올린 '부당한 컷오프 철회 청원서'가 중앙당에 의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당위원장 도전자의 컷오프가 여당 내에서 논란인 이유는 이번 사건이 사실상 지방선거 공천권을 둔 주도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정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컷오프 없는 100% 완전경선을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영입인재가 경선도 치러보지 못한 채 지도부에 의해 컷오프된 된 모양새인 탓이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를 노리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유 없는 컷오프'에 대한 우려의 분위기도 읽힌다. 당대표가 광역자치단체장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기초 의원 등을 공천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선 과정에서는 일차적으로 중앙당·시도당 등의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 참여자 결정을 위한 컷오프를 진행한 뒤 권리당원 투표나 여론조사 등이 치러진다.

정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의 메시지나 의사 결정이 상대적으로 거칠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정치·외교 성과가 당 지도부의 탓에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친명계 내부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와 친청(친 정청래)계가 본격적으로 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유 위원장은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가짜 당원주권이자 독재”라며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지도부는 경선 컷오프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당내 친명·비명·반명 등 별도의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당원주권 시대를 맞이해 철저하게 모든 권한을 당원에게 돌려드리고 있다. 위원장 선출 역시 당의 조강특위에서 냉정할 정도로 엄격한 규정에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