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밀지도 반출 심의 보류]정부, 구글 고정밀지도 반출 '보류'…안보·통상 맞물린 판단

원(ONE)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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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구글의 1대5000 국가기본도 국외반출을 '보류'했다. 내년 2월 5일까지 구글에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그때까지 심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안보와 통상, 외교 요인이 맞물린 결정으로 보이지만, 규정에 없는 서류 보완 기간을 부여해 특혜 논란이 우려된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은 11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열고 구글 신청서의 기술적인 세부사항 보완을 요구토록 하고, 서류 보완을 위한 기간을 60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류 결정 배경으로는 심의과정에서 구글의 대외적 의사표명과 신청서류 간 불일치로 인해 정확한 심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에 대한 명확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앞서 구글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표시 제한을 모두 이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제출한 신청서에는 관련 기술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토부·국방부·외교부·국정원·산업부 등 8개 부처와 민간위원이 참여한 협의체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지도 반출 심사에서 △국내 서버 설치 △보안시설 블러(가림) 처리 △좌표정보 통제 등 세 가지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기본측량성과에는 군사시설과 전력망, 통신시설 등 핵심 인프라 정보가 포함된다. 해외 서버에 저장될 경우 정보주권과 보안 통제가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즉각적인 불허 대신 보류를 택한 데에는 외교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디지털 시장 개방과 데이터 이전 완화를 통상 의제로 내세우며 각국의 데이터 현지화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해온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발표가 원자력추진잠수함 문안 조율 문제로 미뤄진 것도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안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글에 추가 보완 기회를 부여한 것을 놓고 절차상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서류를 보완한다고 해도 이번 심의의 핵심 쟁점이었던 '국내 서버 설치' 조건은 여전히 수용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데이터 반출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종욱 공간정보학회장(안양대 스마트시티공학과 교수)은 “정부가 구글에 공을 넘기며 시간을 번 셈이지만, 그 시간을 활용해 데이터 주권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외 반출이 불가피할 경우에도 오용이나 오류를 통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5년 단위 계획을 세워 안보·통상·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구글이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면 협의체를 다시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