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로 중국 AI 칩 스타트업이 반사 이익을 얻었다. 2019년에만 해도 기술 대기업 화웨이에 매출 95% 이상을 의존하던 스타트업 '캠브리콘'이 그 주인공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캠브리콘은 미국의 대중 제재 속에서 중국 정부의 국산 기술 육성 정책의 수혜를 받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24개월 동안 캠브리콘의 주가는 765%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회사 지분 28%를 보유한 젊은 억만장자 천텐스(40)의 자산도 올 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해 225억달러(약 33조원)까지 치솟아 전 세계 40세 이하 갑부 가운데 세 번째로 부유한 사람이 됐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 가운데 중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 정책을 아끼지 않으면서 불과 몇 년 만에 국가 주도의 기술 엘리트 계층이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면서 “시장의 자유가 아닌 정치적 입장이 승자를 결정하는 새로운 산업 질서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천텐스의 자산은 지난 8월 가파르게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기업들에게, 특히 정부 산업과 관련된 경우 미국 엔비디아의 H20 프로세서를 사용을 금지한 시기다.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의 써니 청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AI 칩 설계업체는 캠브리콘과 화웨이”라면서도 “CUDA(엔비디아가 개발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 생태계를 포함해 엔비디아의 전체 스택을 빠르게 복제하기는 어렵다. 이 업체들이 중국의 엔비디아가 될 지를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봤다.
한편, 천텐스는 지난 2014년 DianNao(디안나오) 가속기로 처음 AI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는 형과 함께 2015년 처음으로 뇌에서 영감을 받은 딥 러닝 프로세서(칩) '캠브리콘'을 선보였다. 이후 아카데미로부터 초기 재정 지원을 받아 분사에 성공했다.
분사 초기인 2017년에는 매출 대부분을 화웨이에 의존했으나 2019년 파트너십 종료 이후 클라우드 서버와 엣지 디바이스용 AI 칩 설계 및 판매에 집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