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금융 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ACS)가 '포용금융' 핵심 도구로 부상한다. 전통적 신용평가사(CB) 중심 체계가 금융 사각지대를 고착화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통신·플랫폼·ERP 데이터를 활용한 ACS가 씬파일러 시장 접근성을 높일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ACS는 통신요금 납부 이력, 플랫폼 결제 패턴, 앱 사용 행동, ERP 매출 데이터 등 비금융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기술이다. 사회초년생·주부·이주노동자·자영업 초기 등 기존 신용점수로 변별이 어려운 계층에게 새로운 기제(機制)를 제공한다. 경기 둔화와 부도 증가로 전통 신용평가사(CB) 모델 예측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대안이 될수 있다는 평가다.
은행권은 이미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한 ACS 적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본격적으로 리브엠(Liiv M) 기반 통신요금 납부 정보와 사용 패턴을 활용한 씬파일러 대출 심사를 시작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네이버페이 결제·쇼핑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 모형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자체 데이터 기반 ACS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앱 접속·조회·이체 로그 등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운영 중이며, 케이뱅크는 통신 3사가 공동 개발한 이퀄 모델을 인터넷은행 최초로 도입하며 ACS 영역을 확대했다. 이퀄 모델은 통신요금 납부 이력, 데이터 사용량, 로밍 패턴 등을 종합해 신용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ACS는 기존 CB 모델 대비 승인율을 한 자리수 이상 높이면서, 연체율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적 한계보다는 금리·한도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져 도입 속도를 조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CS는 개인금융을 넘어 소상공인(SME)·중소기업 신용평가로 확장되고 있다. DJ뱅크가 제공하는 ERP뱅킹을 중심으로 ERP·POS·PG 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데이터 기반 기업신용평가가 확산하는 추세다.
ERP 데이터는 기업의 실시간 매출, 재고 회전율, 거래처 다변화 등을 반영해 재무제표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의 운영 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다. 더존 등 ERP 기업들은 자사 솔루션을 사용하는 중소기업 매출·재고·인건비 데이터를 익명화해 금융사에 제공하는 방안을 고도화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SME 대상 ACS가 확산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다만, 비금융데이터 특성상 품질 편차가 크고, 금융데이터 대비 연체·부도 라벨 데이터가 부족해 모델 예측력 확보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아직 한계다. 특히 ERP·POS 데이터는 표준화가 부족해 활용 난도가 높다. 또 은행 입장에서는 승인율이 높아질 수록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진다는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신용정보법과 AI 가이드라인 등 규제 강화도 모형 개발에 제약 요인이다.
때문에 내년에는 ACS 관련 법제 정비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통신데이터 기반 ACS 표준화 △SME 대안데이터 활용 가이드 마련 △씬파일러 금리 우대 패키지 도입 △데이터 결합 규제 정비 △은행권 AI·모형 검증 체계 구축 등 은행권이 '포용금융'에 ACS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업계 관계자는 “ACS는 기술적으로 유효하지만 데이터 표준화와 모형 검증 체계 구축 문제는 여전히 숙제”라면서 “금융당국 제도화·지원 작업이 ACS 확산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