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엡스타인 사건 관련한 질문을 받자 여기자를 향해 막말을 퍼부은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은 지난 14일 대통령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블룸버그 통신의 캐서린 루시 기자는 '엡스타인 문서에 불리한 내용이 없다면 왜 공개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 질문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문서 공개 법안에 대한 태세를 전환하기 전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루시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해, 조용히. 돼지야”(Quiet. Quiet, piggy)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웨스트팜 비치 공항 활주로에서 기자들과 모여 있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가 루시 기자를 해고해야 한다고 불평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당시 루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인 민족주의자 닉 푸엔테스 같은 이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최악이다. 블룸버그에 있지 않나? 당신을 왜 고용했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인들은 분노했다. CNN 뉴스 앵커 제이크 태퍼는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역겹고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폭스 뉴스 앵커 그레첸 칼슨 역시 “역겹고 품위를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발언은 1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나왔다.
이날 ABC뉴스의 메리 브루스 기자가 빈 살만 왕세자에게 현지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관련 질문을 하자 “손님을 당황하게 하지 말라. ABC 뉴스는 가짜 뉴스다. 업계 최악 중 하나”라고 비난했다.
같은 날 브루스 기자가 엡스타인 문제를 언급하자 “문제가 되는 건 질문이 아니다. 당신의 태도다. 나는 당신이 끔찍한 기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엡스타인 스캔들은 사기극이며, 당신의 형편없는 회사도 그 가해자 중 하나”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적 있다. 1기 행정부에서는 CNN의 에이프릴 라이언 기자를 '실패자'라고 비난했다.
라이언 기자는 이번 막말 논란에 “미국 대통령은 도덕적 지도자, 국가의 지도자여야 하는데, 길거리의 깡패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이번 막말은) 그가 엡스타인 파일에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엡스타인 문건 공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돌연 태도를 바꾸고 공개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백악관에서 서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물론이다. 엡스타인 논란은 전적으로 민주당의 문제”라고 말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18일 하원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점쳐지자 사실상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 법무부는 엡스타인 관련 수사기록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