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5년 넘게 시범사업에 머무른 비대면진료의 제도화에 한발 다가섰지만,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규제 조항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번에 의결된 의료법 개정안은 대면진료 원칙·재진 중심·의원급 중심·전담기관 금지 등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한 4대 원칙을 그대로 반영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플랫폼 업체의 금지사항, 의료광고 심의제도, 통계 보고·업무 검사 제도 등 조항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은 비대면진료 중개 과정에서 의료진 판단에 개입하는 행위, 의료서비스·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행위, 특정 의료기관·약국·의료기기를 추천하는 행위 등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이들 행위의 정의가 불명확해 일반적인 사업 활동까지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오·남용 조장'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이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기관, 약국 등을 안내하는 것 역시 의료법이 금지한 '추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행위 해석을 두고 신산업과 직역 갈등 간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산업협회 관계자는 “의료 질서 유지를 위한 규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업 예측 가능성도 보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 금지 행위를 명시한 하위법령이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행위 주체가 아닌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공공기관과 의료기관과 동일한 수준의 환자 진료와 이용 내역의 보고·검사·통계 제출 의무를 부여한 조항도 다른 산업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기법은 부작용과 안전성 정보만 보고하도록 한정했고, 삼성헬스와 보험사·통신사의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은 민감한 건강정보를 수집함에도 법률이 아닌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이용자 수와 무관하게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의료광고 심의 대상에 포함한 조항도 일일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을 기준으로 삼은 인터넷매체 심의 대상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하거나 제휴된 약국과 의약품 거래를 금지한 약사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복지부 허가를 받고 1년간 도매업을 운영한 플랫폼 기업은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약품 재고와 연동해 이용자에게 처방 의약품을 조제 가능한 약국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약품 도매업 허가를 받았음에도, 의약품 리베이트 가능성을 들어 기업의 영업·재산권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것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들은 리베이트, 독점, 추천수수료 등 불법 행위는 현행 의료법·약사법·공정거래법 등으로 충분히 감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도 과도한 규제에 우려를 표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법 개정 배경이 되는 플랫폼 기업은 1년 넘게 복지부의 허가를 얻어 의약품 도매업을 운영하며, 환자에게 약국의 의약품 보유 여부 정보를 제공해 실제 환자 편익을 크게 높여 왔다”면서 “약사법 개정안 통과로 비대면진료 민간 플랫폼 전체가 축소되고, 이로 인해 국민 편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법 집행 과정에서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