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K모바일이 아닌 삼성 그 자체로 세계에 알려져 있듯 K뷰티가 'K'라는 국가 이름 대신 브랜드 이름만으로도 선택받는 단계로 나아 가려면 제로투원(Zero to One,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상품 비중을 키워야 합니다”
화장품 산업 전문가인 김승중 한국뷰티산업무역협회(KOBITA) 부회장은 K뷰티의 독보적 성장을 위해선 독자적인 소재와 기술, 검증된 품질·효능, 유니크 세일링 포인트(USP)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K뷰티 수출액이 연간 100억달러 안팎을 기록하며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권 화장품 수출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가운데, 복제 중심 구조를 넘어 독자 브랜드와 소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 부회장은 K뷰티 전성기의 원인을 “K컬처와 Z세대 디지털 소비문화가 맞물려 K뷰티 호감도가 커졌다”며 “이와 함께 3만개에 달하는 책임판매업체의 인디 브랜드가 만든 차별화된 상품이 시너지를 내 경쟁력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제조자 설계 생산(OEM·ODM) 의존이 심해질수록 브랜드 독자성이 약해진다며 이같은 상황을 경계했다.
김 부회장은 “지금도 '세럼'이라는 하나의 유형에 수많은 제품이 존재하지만, 이름·향·색만 조금 바꾼 '엔 플러스 원(n+1)' 상품이 많다”며 “원료·소재·용기·콘셉트에서 독자성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ODM사의 영업만 도와주는 구조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업계 자정 노력을 주문했다. 김 부회장은 “화장품 제조·판매사 자격 인증, 기술의 단체표준 제정 등을 통해 최소한의 '코스메틱 사이언스'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해외 전시회에 나가는 것 못지않게, 외국 바이어를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인바운드 전시를 키워야 '뷰티 관광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인력과 교육 구조 개편도 꼽았다. 김 부회장은 “국내 화장품 기업 90% 이상이 연 매출 10억원 미만 영세기업인데, 젊은 인재들은 대기업 연구소만 선호하고 생산·기술·물류·영업 직무는 기피한다”며 “스마트팩토리·로봇·공급망 관리(SCM)를 담당할 시스템 엔지니어와 생산기술 인력이 부족하면 제조 경쟁력도 금세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업계의 역할에 대해서는 “식약처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기능성화장품 제도 등은 분명 한국 품질 수준을 끌어올렸다”면서 “다만 국제 기준(ISO)과의 조화 없이 로컬 기준과 감각만 내세우면 오히려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해 해외 진출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광고·표시 규제도 소비자 의약품 오인을 막는 범위 안에서 글로벌 수준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K뷰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과속 성장 만능주의'를 경고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 화장품 평균 성장률은 연 5% 수준인데, 한국에서는 30~50% 고성장을 부추기는 경향이 많다”며 “반짝 성장 후 반짝 몰락이 아니라 연 10~15% 정도라도 꾸준히 성장하는 장수 기업이 늘어나야 진짜 K뷰티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