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P 마켓 개막…하이브·SLL 등 “IP 주도권 잃으면 K콘텐츠 미래 없다”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콘텐츠 지식재산(IP) 마켓 2025'에서 K-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IP 주도권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업계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 제작 환경에서 국내 제작사의 역할과 권리가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 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를 언급하며 “넷플릭스가 배급하고 소니가 제작한 작품을 우리 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는지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생산과 공급을 사실상 주도하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누구나 K-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대가 됐다”며 “산업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COO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와 공연·라이선스·브랜드·미디어 조직을 결합한 솔루션 구조,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소개하며 “성공 공식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 확률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BT21·타이니탄 등 캐릭터 IP, 엔하이픈 세계관 기반 '다크문', 응원봉 기술, 도시 체험형 '더 시티 프로젝트' 등은 하이브의 IP 확장 사례로 제시됐다.

K-콘텐츠 성공이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국내 제작사가 IP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창성 SLL 콘텐트유통사업본부장은 “'K-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에도 국내 제작사가 IP를 보유하지 못해 산업에 환원되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말하며, 제작사가 중심이 되는 구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 요리사'와 달리 SLL이 원천 IP를 보유한 '저스트 메이크업' 사례도 언급하며 “제작사가 IP를 소유하면 부가 사업과 재투자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작 기반이 약화되고 IP가 해외에만 축적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제작위원회와 같은 공동 파이낸싱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안됐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K-콘텐츠 해외 성과가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IP가 축적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OTT 의존 심화, 방송·광고 시장 위축, 국내 OTT의 투자 여력 감소 등을 이유로 제작 기반 자체가 약화되고 있고, 수익과 IP는 해외 플랫폼에 집중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일본의 제작위원회 모델처럼 다수 기업이 공동 출자·리스크를 분담하고 IP 기반 수익을 확대하는 구조가 국내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웹툰·웹소설 등 원천 IP 축적, 부가사업 시장 확대 등을 고려하면 제작위원회형 구조를 다시 논의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