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DC 한복판에서 추수감사절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순찰 임무 중이던 웨스트버지니아주 주방위군 병사 2명이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도 중심부, 그것도 백악관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지점에서 벌어진 충격적 사건에 미국 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총격은 오후 2시 15분경 북서부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워싱턴DC 경찰청 제프 캐롤 부청장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의자가 모퉁이를 돌며 갑자기 총을 들어 발포했다”고 밝혔다.
대원들은 무장을 한 상태였으나 현장에서 맞은 총격으로 쓰러졌고, 주변에 있던 다른 주방위군 병력들이 용의자를 제압해 현장에서 체포했다. 용의자는 제압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중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번 사건이 “명백한 표적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용의자가 특정 대원을 겨냥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격을 받은 두 대원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 중이지만 상태는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한때 웨스트버지니아주 패트릭 모리시 주지사가 사망자 발생을 언급하며 혼선이 빚어졌지만, 이후 “상반된 보고가 있다”며 정정했다. 당국은 총격 당시 누구의 총탄이 용의자에게 명중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연방 법률 및 법 집행관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수사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모든 증거를 면밀히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격 발생 직후 백악관은 잠시 폐쇄됐으며, 플로리다에 머무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긴급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용의자를 '짐승'이라고 표현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두 주방위군을 쏜 짐승은 중상을 입었다”며 “어떤 상황이든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워싱턴에는 지난 8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민 단속과 범죄 척결을 명분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대규모 주방위군이 배치돼 있다. 이들 중 2천 명 넘는 인원이 연방군으로 전환돼 투입됐고, 이번에 피해를 입은 병사들은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 소속이다. 그러나 DC 시정부는 이 같은 일방적 군 투입이 자치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법원은 최근 주방위군 추가 배치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내린 상태다.
긴 논란 속에서 터진 이번 총격 사건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군 투입 확대의 필요성을 다시 주장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백악관에서 몇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추가로 500명의 주방위군을 워싱턴에 투입하는 방안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체포된 용의자는 현재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범행 동기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