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3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핼런데일 비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놓고 본격 협의에 착수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비공개 접촉을 통해 마련한 평화 구상안을 양국이 논의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열린 회동이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으며,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이끌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번 논의 목적이 “단지 전쟁을 끝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독립적이고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다시는 전쟁을 겪지 않도록 하고, 국민이 번영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국가 재건을 넘어 놀라운 경제적 도약의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거대한 경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전쟁 중에는 이를 실현할 수 없다”며 “종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의 주권·독립·번영을 위한 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우메로우 서기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협상 개시 사실을 알리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수호하고 제네바에서 이룬 진전을 토대로 실질적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명확한 지침과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며 “진정한 평화와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 안전 보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앞선 제네바 협의에서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존 28개 조항의 종전안을 우크라이나 입장을 반영한 19개 조항으로 간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특히 위트코프 특사가 다음 주 모스크바로 이동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하기 직전에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보다 확실한 안전보장 방안을 포함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더 반영된 방향으로 합의안 조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이날 협의에 대한 백악관 출입 기자들의 질문에 “좋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